땅속에 묻혀서도 황제이고 싶었던 왕의 이야기
[김형욱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테라코타 전사들의 수수께끼> 포스터. |
ⓒ 넷플릭스 |
1974년 3월 29일,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서 진시황릉이 발굴된다. 마을 청년들이 우물을 만들고자 땅을 파던 중 우연히 옛 유물을 발견했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당국의 어느 공무원이 진가를 알아본다. 이후 대대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돼 천하에 그 위용이 드러난 것이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을 헷갈릴 수 있다. 우리가 종종 접했던 모습은 토용(사람 모양의 흙인형) 병마용인데 진시황 이야기가 항상 뒤를 따르기에 헷갈릴 것이다. 즉 병마용은 진시황릉의 부장품이다. 그런데 진시황릉은 더 이상 발굴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지금의 기술로는 진시황릉 내부의 빈 공간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발굴할 수 없다.
그래서 진시황릉의 부장품을 발굴하고 있다. 현재 4개의 병마용갱을 발굴했고 3개를 관람할 수도 있다. 여기서 엄청난 건 진시황릉 발굴과 진시황릉의 부장품 발굴은 둘째치고, 1, 2, 3호의 병마용들 8천 점을 모두 복원하는 데도 족히 수십 년은 걸릴 거라는 점이다. 현재 1200점만 복원했다.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진시황릉의 크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을 둘러싼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테라코타 전사들의 수수께끼>는 제목 그대로 병마용(테라코타) 전사들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울러 진시황릉이 만들어졌을 때쯤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데도 상당한 공력을 쏟았다. 현재와 과거를 유려하게 오가며 전개되는 서사가 재밌고 유익하다.
고고학이란 무엇인가. 지난 시대의 흔적을 찾아 당시의 역사를 밝히는 학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난 시대의 역사를 밝혀야 하는가. 현재와 미래의 기반은 과거에 있을 테고 고고학으로 그 태고성을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써가며 엄청난 인력이 동원돼 오랜 시간 매달리고 있을 테다.
와중에 최초 발견으로부터 정확히 50년이 된 진시황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보다 더 오래된 것들이 부지기수지만 그보다 더 정교하게 만들어져 그보다 더 온전하게 남아 있는 그보다 더 거대한 것은 없다. 50년 동안이나 발굴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보다 훨씬 더 오래 발굴해야 하니, 발굴이 완료된 후에는 세계 불가사의에 이름을 올릴 수 있지 않나 싶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에 대해 말하려면 진시황이 세상을 떴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작품도 꽤 상세히 당시를 재현한다. 기원전 221년, 500여 년간 이어진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을 하나로 통일하고 '중화'를 이룩한 진시황은 제위에 오른 지 10여 년만에 죽음을 맞이한다. 즉시 망조의 조짐이 보인다.
진시황은 유서로 당연히 장남에게 제위를 물려주겠다고 했으나 중간에서 환관 조고가 가로채 승상 이사와 함께 18번째 황자이자 서자였던 호해를 2대 황제로 옹립한다. 그 과정에서, 그리고 이후에 수많은 황족이 숙청당한 건 물론이다. 하지만 그들도 오래가지 못했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와중에 진시황은 즉위하자마자 수십 만 명의 인부를 동원래 자신의 능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죽을 때까지 완성하지 못했다. 하여 2대 황제 호해가 완성했는데 수많은 후궁과 인부를 함께 생매장했다. 그리고 이후 오래지 않아 병마용갱에 큰 화제가 났었다는 흔적이 있다. 반란군이 쳐들어와 진나라를 멸망시키는 과정에서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고고학의 이유
옛사람들, 그중에서도 역사에 길이남을 대업을 이룬 이들의 무덤을 보면 특별한 면이 있다. 그곳에서도 영원히 살아가는 듯, 즉 내세의 존재를 믿으며 나름대로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죽은 자에 대한 예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가 진시황릉이고 말이다.
그야말로 땅속에서도 영원히 황제이고 싶은 듯, 영원히 죽지 않고 자신을 지켜줄 테라코타들과 함께 금은보화는 물론 후궁들도 함께했다.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장식으로 능의 내부를 꾸며놓은 건 물론이다. 그 바람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역사의 분기점을 이룰 대업을 이룩했는데 오래지 않아 죽고 말았으니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그럼에도 덧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만든 사람을 위한 공간에서 사람만 없고 다른 모든 게 고스란히 남아 그때를 상기시켜주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바로 그 지점이 고고학의 이유일 테다. 그때를 생생하게 되살려 전설이나 신화가 아닌 사실이었다는 걸 확신시키는 것.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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