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주 년의 관록 집대성한 앨범, 버릴 게 없다
[김상화 기자]
▲ 새 음반 'Cosmic'을 발표한 레드벨벳 |
ⓒ SM엔터테인먼트 |
SM의 대표 걸그룹 레드벨벳이 새 미니 음반 < Cosmic >을 발표했다. 지난 24일 공개된 동명의 머릿곡 뮤직비디오와 더불어 총 6곡이 수록된 이번 작품은 정규 음반 < Chil Kill >이후 약 7개월여 만의 신작으로 꾸며졌다. 지난 2014년 디지털 싱글 < Happiness >로 데뷔한 이래 벌써 결성 10주년을 맞이한 레드벨벳은 여타 팀 대비 꾸준한 활동으로 이목을 끈다.
일정 연차 이상 쌓일 수록 단체 활동이 위축되고 공백기가 길어지는 사례가 빈번한 케이팝 업계에서 레드벨벳은 매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으면서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다. 여름을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 잡은 '빨간 맛', 클래식과의 결합을 시도한 'Feel My Rhythm', 공포 영화의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표현했던 '피카부', 장기간 음원 순위를 석권했던 'Psycho' 등이 대표적이다.
레드벨벳의 새 음반 < Cosmic > 또한 오감만족을 불러일으키는 곡들로 가득 채웠다. 특히 'SM 음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장인이면서 올해 상반기 'Supernova'(에스파)로 건재함을 과시한 켄지(Kenzie)가 작사/작곡/편곡에 걸쳐 큰 비중을 담당해준 머릿곡 'Cosmic'은 레드벨벳 음악 10년을 집대성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만큼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 레드벨벳 'Cosmic' 뮤직비디오 |
ⓒ SM엔터테인먼트 |
펑키 리듬을 들려주는 일렉트릭 기타의 선율로 시작되는 'Cosmic'은 묵직한 베이스와 드럼 비트로 초반부를 장식하면서 곡에 대한 집중력을 키워준다. 레드벨벳 특유의 아련한 후렴구 멜로디가 복고풍의 디스코 리듬과 맞물려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멤버 전원의 보컬이 고르게 합을 이루는데 마치 "이런 음악은 우리 밖에 못해"라는 외치는 듯하다.
조금 더 머무르면 어때? / 나의 별이 조금 외롭대
아껴둔 노래를 들려줄게 / Love is Cosmic
내 별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 / 넌 서두르지 않아도 돼
어쩜 우린 주인 없는 / 꿈을 찾는 여행자 / 헤매이던 작은 유성
화려한 마을 축제의 현장이지만 왠지 모를 어두움이 공존하는 뮤직비디오는 영화 '미드소마'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레드벨벳이 다뤄왔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잔혹 동화' 분위기를 살리면서 고풍스러운 느낌을 담아냈다.
▲ 레드벨벳 'Cosmic' 뮤직비디오 |
ⓒ SM엔터테인먼트 |
레드벨벳이 케이팝 팬들의 꾸준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빼어난 수록곡들의 존재감이다. 그저 음반의 한 구석을 채우기 위한 용도에 머물지 않고 머릿곡들과는 다른 개성을 저마다 뽐내왔다. 1번 트랙부터 마지막 노래까지 멈춤 버튼을 클릭하지 않고 집중하게 만든다.
이번 < Cosmic > 역시 마찬가지다. 탄탄한 중저음역대를 자극하는 비트로 채워진 'Sunflower'는 멤버들의 떼창과 맞물려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지난 사랑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해낸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Last Drop'과 일명 오락실 사운드로 통통 튀는 경쾌함을 녹여낸 'Love Arcade'는 양극단의 이미지를 지녔으면서도 묘하거 조화를 이루며 곡 듣는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뒤이어 울려퍼지는 'Bubble'과 마지막 곡 'Night Drive'는 'Cosmic'과 더불어 새 음반의 담고 있는 "범우주적 관계 설정"의 의미를 제대로 상기시켜준다. 특히 수민이 곡 작업에 참여한 'Bubble'은 1980년대 풍의 속도감 넘치는 신스팝으로 꾸며졌다. 잘게 쪼겐 베이스의 선율과 영롱한 신시사이저의 연주가 고르게 배치되면서 레드벨벳이라는 팀의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덧칠해준다.
▲ 레드벨벳의 새 음반 'Cosmic' 표지 |
ⓒ SM엔터테인먼트 |
4세대 혹은 5세대 아이돌 이야기가 쉼없이 나오는 요즘, 레드벨벳은 결코 후발 주자들의 패기에 밀리지 않으면서 빼어난 작품을 발표, 지난 10년의 활동을 가치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음악 외적, 팀 외부적 상황은 데뷔 10주년이라는 빛나는 왕관에 흠집을 내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짧아진 프로모션 기간을 비롯해서 공개 당일 유튜브에 지각 업로드된 뮤직 비디오, 아쉬움을 남긴 음반 커버 디자인 등은 아쉽다.
좋은 작업물을 완성시켰다면 이를 널리 알리고 소개하는 다채로운 방식을 동원하기 마련인데 < Cosmic >을 둘러싼 주변의 움직임은 그저 소극적으로 비친다. 당연히 일부 팬들의 불만과도 연결된다.
숨겨진 별을 찾아 끊임없이 우주를 여행하고 싶다는 레드벨벳과 팬들의 바람이 계속 될 수 있을까? < Cosmic >은 레드벨벳의 작품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반가움과 걱정을 동시에 안겨줬다.
덧붙이는 글 | 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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