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80%가 전과자, 이 업체 사장의 고용 의도

이진민 2024. 6. 28. 14: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뷰] JTBC <놀아주는 여자>

[이진민 기자]

현실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공간이 어쩌다 드라마에 침투했을까.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명을 쓴 형을 탈옥시키기 위해 교도소에 들어가는 <프리즌 브레이크> 시리즈나 넷플릭스의 개국공신인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여성 교도소에서 벌어진 약육강식의 사회를 담았다. 한국에서는 <슬기로운 깜빵생활>이 다양한 인간군상과 사람이 가진 입체적인 면을 드러내며 큰 인기를 받았다.

이러한 작품들과 캐릭터를 사랑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교도소' 안에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수감생활을 마치고 우리 옆집에 산다면 어떠한가. 재밌는 소재인 '감옥살이'가 현실과 맞닿는 순간,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교화를 마친 범죄자를 다시 사회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손을 내밀었다.

누구에게나 갱생할 기회가 있을까
 
 <놀아주는 여자> 메인 포스터
ⓒ JTBC
 
JTBC <놀아주는 여자>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지환(엄태구 분)'과 키즈 크리에이터 '은하(한선화 분)'의 로맨스 드라마다. 전국 최대 조직폭력집단 보스의 아들이었던 지환은 자리를 물려받자,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고 조직을 해산시킨다. 그리고 직원의 80%가 전과자인 육가공업체 '목마른 사슴'을 차린다. 갱생 의지가 확고한 이들을 직원으로 고용해 사회로 돌아올 기회를 준다.

지환의 선의와 달리, 현실은 냉혹하다. 푸드 페스티벌에서 회사 직원들이 무례한 고객을 상대하다 발생한 싸움을 두고 한 유튜브 채널이 악의적인 영상을 올린 것이다. '나쁜 소시지를 만들어 퍼뜨리는 악당과의 결투'라는 제목과 함께 직원들을 '악마'로 묘사한 영상이 올라가자, 회사는 위기에 처한다. 환불과 반품이 줄줄이 이어지고 납품마저 어려워지자, 지환은 "직원들은 사람을 손가락질받고 욕 들으러 간 것이 아니다. 열심히 제품을 개발하여 홍보하러 간 것"이라 해명한다.

해당 싸움을 촬영한 원본 영상이 공개되며 상황은 일단락되지만, 극 중에서 직원들은 전과자로서 사회적 편견에 직면하며 서로에게조차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올바른 과정을 거쳐 전과자를 포용해야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란 메시지를 보낸다. 마약 전과자였던 한 직원이 말썽을 피우자, 지환은 그를 감싸고자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안 바뀐다는 거 저도 압니다. 그렇다고 녀석한테 바로 낙인을 찍어버리면 우리가 다른 사람이랑 다른 게 뭘까요? 전 쭉정이도 불에 태워 연료로 사용하거나 흙에 묻어 퇴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감옥살이에 얽힌 여러 드라마는 철저히 공간을 '교도소'로 제한하며 현실 속 범죄와 선 긋고 빠져들 수 있는 가상의 공간으로서 재현했다. 또한 범죄자 미화를 방지하고자 그들이 얼마나 추악한지 강조하거나, 출소하자마자 다시 범죄에 손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놀아주는 여자>는 전과자가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이며, 융화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시청자를 현실에 끌어당기며 동시에 그들에게 갱생할 기회를 주어도 되는지 묻는다. 절대 교도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냄새' 나는 캐릭터를 안전하게 좋아하는 것과 그들이 차린 육가공업체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단순히 유희적인 요소를 넘어 인간성의 차원으로 교도소라는 공간을 이전한 드라마의 시도가 새롭다.

그들은 어쩌다 범죄자가 되었나
 
 <놀아주는 여자> 예고
ⓒ JTBC
 
<놀아주는 여자>가 범죄자가 살아온 서사를 들려주며 그들의 범죄를 미화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범죄의 양각에 생각할 기회를 준다. 6화에서 은하는 여성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우연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 여성 직원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그를 죽였고 다시 출소해 아들과 잘살아 보려고 했지만, 범죄자라서 어디에도 취직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이 에피소드는 여성 범죄에 얽힌 사각지대를 짚어낸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피해자지만, 그는 누군가를 죽인 범죄자이기도 하다. 만약 폭력에 시달리던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를 방지할 제도가 있었다면 과연 그 직원이 범죄자가 되었을지 의문하게 된다. 또한 출소 이후 아들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다짐을 꺾어버리는 사회가 과연 정당한지도 고민할 만하다.

결코 <놀아주는 여자>는 전과자의 과거를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드라마는 다른 삶을 살아온 지환과 은하가 서로 이해하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럼에도 지환의 캐릭터성을 살리기 위해 그가 경영하는 육가공업체 '목마른 사슴'과 직원들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노련한 칼솜씨로 가축을 해체하던 그들이 한때는 조직원이었다는 사실에 섬뜩하기도 하다.

드라마는 '갱생'의 여러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래의 옳은 삶으로 돌아가거나 더 발전된 생활로 나아간다는 사전적 의미인 '갱생'처럼 사람을 공격하던 칼로 가공업체 직원이 된 전과자들이나 조직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지환, 키즈 크리에이터에서 벗어난 은하 모두 '갱생'할 기회가 있을까. <놀아주는 여자>의 막바지가 기대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