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과 역사적 고증이 만든 재미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2024. 6. 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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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면 건장한 젊은 남자가 객실 맨앞이나 맨뒷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미국에서 911테러 이후 각국은 항공 보안검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보안 승무원을 대폭 늘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승객들의 안전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조종사 태인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영화는 삶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사람들의 선택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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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재킹’

비행기를 타면 건장한 젊은 남자가 객실 맨앞이나 맨뒷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바로 에어 마샬(Air Marshal)이라고 불리는 보안 승무원인데 이들은 승객이 승무원의 통제를 따르지 않거나 만취 상태로 주정할 때 단호하게 승객을 제압한다. 그뿐 아니라 비행 중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이재킹(항공기 공중납치) 테러도 제압한다. 미국에서 911테러 이후 각국은 항공 보안검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보안 승무원을 대폭 늘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하이재킹’은 보안검색이 허술했던 시대에 일어난 국내 비행기 납치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1971년 겨울 속초 공항에서 여객기 조종사 태인(하정우 분)과 규식(성동일 분)은 김포행 비행에 나선다. 승무원 옥순(채수빈 분)의 안내에 따라 탑승 중인 승객들의 분주함도 잠시,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제폭탄이 터지며 기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여객기를 통째로 납치하려는 용대(여진구 분)는 조종실을 장악하고 무작정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고 협박한다. 승객들의 안전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조종사 태인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영화는 삶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사람들의 선택을 조명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감동을 더한다. 영화는 1971년 1월 23일 승객 55명과 승무원 5명을 태운 속초공항발 김포국제공항행 대한항공 소속 F27이 하이재킹 당해 납북될 뻔한 실화 사건을 재구성했다. 당시 기장과 승무원이 기지를 발휘해 테러범을 저지해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실화에서 가장 각색된 부분은 테러범 용대의 사연인데 실제로는 알려지지 않은 실존 인물의 범행 동기를 이념대립의 희생양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시대상을 반영한 역사적 고증도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시종일관 1970년대 묘사에 충실히 공을 들여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다. 남북 이데올로기가 대치되는 상황 속에서 항공 보안검색은 허술했고 비행기는 범대중적인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당시 비행기는 아무나 탈 수 없었던 부의 상징이었다. 좌석은 정해지지 않고 선착순으로 앉았으며 신발을 벗고 기내에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몰래 닭을 갖고 온 승객과 담배를 피우는 사람까지 당시의 시대상을 다양하게 그려 극의 활력을 도왔다. 또한 사장과 비서, 사법고시를 통과한 아들과 어머니, 신혼부부 등의 인물을 통해 잔잔한 웃음까지 내게 하는 노력을 했다. 영화는 1970년대 공항과 시민들의 모습을 적절히 재현함으로써 역사적 실화를 다루는 고증과 영화적 재미의 균형을 잘 맞췄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 또한 돋보인다. 영화는 다소 부족한 시나리오를 배우들의 열연으로 만회한다. 담백하고 담담한 하정우와 처음으로 악역으로 등장한 여진구가 맞붙을 때는 스크린에 불꽃이 튈 정도다. 또한 칼과 폭탄을 들고 승객을 위협하는 용대 역을 맡은 여진구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태인 역의 하정우의 액션 연기는 작품의 긴장감과 스릴감을 배가시키는 데 한몫을 한다. 여기에 성동일까지 세 명배우의 든든한 존재감이 이 영화를 떠받드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높은 경제성장으로 과거보다 잘 살게 되었지만, 어렵게 살았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라테’는 말이 유행하는 배경인 것이다. ‘내가 살았던 그때는’ 하고 살기 고달팠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과거를 추억하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다. 영화 ‘하이재킹’은 우리를 1970년대로 데리고 가서 그때를 추억하게 하면서 동시에 남북으로 대치하면서 최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우리의 안보 현실을 일깨워 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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