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결, 두 세기 경험 못한 상황" 인태 학자 600여명 모였다
“지금의 미·중 간 대결이 대규모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작지만, 이를 비롯한 국제 정세 변환이 두 세기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급합니다.” (티모시 히스 미국 랜드 연구소 박사)
“한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실천 노력을 점검해봐야 하는 시점입니다. 인태 전략과 대북 정책이 상호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가 '익숙한 미래? 한국국제정치의 새로운 상상력'을 주제로 개최한 하계 학술대회에 국내외 저명 학자 600여명이 참석해 국제 정세의 변화와 한반도에 미치는 파급효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강릉 리카이샌드파인 리조트에서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인도, 필리핀, 대만,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의 학자들이 다수 참석해 각국의 인태 전략을 공유하고 한국과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또 강대국 정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남반구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외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발표와 라운드테이블 형태의 회의가 총 61차례 개최됐다.
이와 함께 한국국제정치학회는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함께 '인도·태평양 대화'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이 합의한 인태 지역 협력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다.
한국국제정치학회의 기획이사를 맡고 있는 정헌주 연세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인태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이행 전략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향후 인태 지역 국가들과 협력의 동력을 이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민간 차원에서도 전문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협력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회의를 계기로 지난 27일 한국국제정치학회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개최한 '미·중 경쟁과 인도·태평양 안보 이슈' 세션에서 앤드루 여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석좌는 "한반도와 대만 해협의 유사 상황은 서로의 방어 역량과 억지력에 영향을 주며 더 넓게는 인태지역 전체와 연관된다"며 "한·미가 역내 위기 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 정민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는 "인태 지역이 미·중 전략 경쟁의 주요 무대가 됐다"며 "미·중 경쟁은 역내 안정, 경제적 번영, 안보 역학 관계에 있어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안 관계와 관련해 "대중국 인식에 있어선 대만 대중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정부는 무난한 인태 전략을 선보였지만 그 실행은 정치적 의지의 영역"이라며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인태 전략 실행을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짚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외교가 북한 문제의 인질이 되는 경향을 방지하기 위해선 인태 전략과 대북 정책이 상호 선순환의 구조를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인 지난 26일 한국국제정치학회가 최종현학술원과 함께 진행한 '미·중 경쟁과 세계 질서의 전환' 세션에는 한국, 미국, 유럽 학자들이 참여했다.
티모시 히스 미국 랜드 연구소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과 유사한 미·중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작다"며 "산업화시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한 대규모 동원 작전은 미·중 모두에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히스 박사는 그러면서도 현재의 미·중 경쟁을 비롯해 급격히 변환하고 있는 세계 질서와 관련해 "지난 두 세기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과 아이디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마상윤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와 관련해 "냉전이 끝나고 탈냉전기가 시작되면서 세계 평화와 협력, 그리고 번영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한껏 부풀었지만 현실은 기대에 못 미쳤고 탈냉전기는 이제 새로운 경쟁의 시대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질서를 새로운 상상력으로 해석하고 또 가꿔가는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국제정치학회와 한국국제교류재단, 통일연구원, 한국사이버안보학회,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공동주최하고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최종현학술원,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 강원관광재단, 강릉시, 강릉관광개발공사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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