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유튜브 등으로 여가시간 늘자 노동시간도 줄었다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라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등을 이용한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향후 노동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자가 싼값에 고품질의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된 만큼,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는 선택을 하게 되면서다. 줄어드는 노동시간에 맞춰 생산성을 꾸준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조강철 차장‧이하민 조사역은 ‘컴퓨터 관련 여가(recreational computing)와 노동공급’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1999~2019년 중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년간 한국 국민의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여가시간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2004년부터 시행된 주5일 근무제, 2018년부터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수면‧식사 등 ‘필수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다.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생겨난 것도 영향을 줬다.
기술 발달에 따라 ‘컴퓨터 관련 여가’ 시간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컴퓨터 관련 여가는 ▶문자·메일 교제 ▶사회관계망을 통한 교제 ▶인터넷 정보검색 ▶미디어 관련 여가활동 ▶온라인·PC게임 ▶모바일 게임이 해당된다. SNS 활동이나 유튜브 시청 등도 모두 포함된다.
남성 청년은 컴퓨터 관련 여가에 2019년 주당 7.3시간을 할애했는데, 이는 2014년 6.5시간에서 늘어난 수치다. 1999년과 비교하면 2019년 게임 시간이 특히 크게 늘었다(0.7시간/주→4.9시간/주). 여성 청년도 컴퓨터 관련 여가에 2019년 주당 4.5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1999년과 비교하면 인터넷 정보검색(0.2시간/주→1.8시간/주)과 게임(0.1시간/주→1.2시간/주) 시간이 늘었다. 중장년층도 남성과 여성이 각각 2019년에 주당 2.7시간‧2시간을 컴퓨터 관련 여가에 쓰면서, 1999년보다 사용 시간을 늘렸다.
이처럼 컴퓨터 관련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노동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연구진 분석이다. 기술 발달로 싼값에 쉽게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되면, 노동자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에서 얻는 효용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일제 대신 시간제 일자리를 택한다든가, 시간외근무는 기피하는 식이다.
연구진이 1999~2019년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20년간 줄어든 남성 청년 노동시간 감소분(-6.7시간/주) 중 4.6시간이 컴퓨터 관련 여가 영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청년도 컴퓨터 관련 여가가 발달하면서 노동시간이 주당 1.4시간 줄었다. 지난 20년간 총 노동시간 감소분(-1.5시간/주)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이 꾸준히 증가세를 그리는 만큼 남성보다 근로시간 감소 수준이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청년층이 나이가 들어서도 비슷한 여가 사용 행태를 유지한다면 IT 발전이 향후 중장년층 노동공급에도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노동자의 건강상태가 개선되고, 효율적인 업무문화가 정착되는 등 노동 생산성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노동공급 감소 영향을 일부 상쇄하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조강철 차장은 “컴퓨터 관련 여가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고, 이에 따른 노동공급의 감소도 경제주체의 효용 극대화 결과인 만큼 인위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며 “줄어든 노동시간에 맞춰 노동생산성을 꾸준히 높여가는 것이 과거보다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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