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이라, 2차 방어전에서도 천재성 보여줄까

김종수 2024. 6. 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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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 챔피언 유리 프로하스카 상대로 진검승부 예약

[김종수 기자]

 지난 1차전 당시 명승부를 펼쳤던 알렉스 페레이라(사진 왼쪽)와 유리 프로하스카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알렉스 페레이라(36·브라질)가 UFC 라이트헤비급(93kg) 타이틀 2차 방어에 나선다.

페레이라는 오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서 열리는 'UFC 303: 페레이라 vs 프로하스카 2' 메인 이벤트에서 전 챔피언 유리 프로하스카(31·체코)와 2차전을 벌인다.

재대결은 대회 2주 전 급성사됐다. 원래 메인 이벤트에서 마이클 챈들러(38·미국)와 싸우기로 했던 코너 맥그리거(35·아일랜드)가 왼쪽 새끼 발가락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에 페레이라(10승 2패)와 프로하스카(30승 1무 4패)가 기꺼이 대타를 맡았다.

흔한 경우는 아니다. 막대한 부와 명예가 걸린 타이틀 방어전을 챔피언이 경기 2주 전 수락하는 사례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챔피언 자리에 올라있는 것과 아닌 것의 입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돈은 물론 주변에 미칠 영향력 등에서 완전히 다르다. 이전까지 열심히 경기를 뛰다가 챔피언에 오른 후 몸상태 등 여러 가지 이유를 핑계삼아 타이틀전을 미루는 선수들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존 존스, 맥그리거 등 인기가 높은 파이터들은 대놓고 경기 일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정하는가하면 심지어 상대까지 입맛대로 고르기도 했다. 마이클 비스핑 또한 행운의 챔피언이 된 후 극단적으로 타이틀전을 미루면서 많은 비난을 산 바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챔피언들이 그러한 행보를 따라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패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정석대로했다가 벨트를 빼앗기기도 한다면 자신만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서다.

하지만 페레이라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곧 37살이 된다. 내가 얼마나 오래 싸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단기 오퍼를 받고 벨트를 방어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나이가 적지않은지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몸상태일 때 한 경기라도 더 뛰어보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주 상베르나르두캄푸에 있는 파벨라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페레이라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거친 환경, 호전적인 성격 탓에 싸움을 빈번하게 벌였고 그로 인해 중학교에서 퇴학당했다. 이후 건설현장에서 벽돌공 등으로 일하며 사회에 뛰어든다. 이외에도 삼촌의 타이어 가게에서도 꽤 오랜 시간동안 일했는데 몇몇 사이트나 커뮤니티 등에 당시의 사진이 떠돌기도 했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했고 길거리 싸움 또한 빈번하게 벌였다. 미래라고는 전혀 없는 하층민으로서 삶을 보내며 시간을 허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술먹고 싸우는 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기 위해 2009년 킥복싱에 입문하게 된다.

격투기에 대한 페레이라의 재능은 엄청났다. 입문 8년 만인 2017년 킥복싱 최고 단체 '글로리(GLORY)' 미들급(85kg) 챔피언에 등극했고, 2021년에는 라이트헤비급(95kg) 타이틀까지 석권했다. 그해 겨울 MMA 최고 단체 UFC에 입성해 2022년 미들급(83.9kg), 2023년 라이트헤비급 정상에 올라 두 종목에서 두 체급을 정복했다.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천재성이었다. 격투기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입식과 종합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특히 그래플링이 완전히 배제된 룰의 입식에 익숙한 선수들은 종합에서 제대로 힘도 써보지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피터 아츠, 스테판 레코, 바디 하리 등 레전드급 입식파이터들도 종합룰 안에서 펼쳐진 경기에서는 하위권 선수조차 당해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 바 있다.

그라운드 싸움이 무서워 장기인 타격까지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 종합무대에 도전한 입식파이터들의 경우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예전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노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입식무대에서 정점을 찍고 MMA 그것도 세계 최고 단체 UFC에서 2체급을 석권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만화같은 일이었다. 심지어 도전 당시의 나이도 30대 중반이었고 걸린 시간조차 짧았다.
 
 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도전자는 1차전의 복수를 원한다. 프로하스카는 지난해 11월 UFC 295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 2라운드에 페레이라에게 오른손 펀치를 맞고 쓰러진 뒤 엘보 연타에 TKO패 당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도 더 싸울 수 있었다고 스스로 믿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경기 후 심판이 너무 빨리 말렸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변칙 타격가 프로하스카는 피니시 직전까지 자신이 이기고 있었다고 믿는다. 그는 "여러 번 경기를 다시 봤지만 아무 것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하던 대로 하면 이길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경기와 똑같이 하되 더 정교하게 접근하고 카프킥에 주의하겠다"고 했다.

정작 페레이라는 이런 진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는 "프로하스카는 펀치를 포함해 모든 무기가 위협적이다. 남들과 다른 스타일이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를 상대로도 쉽게 방심하지 않는 특유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내 팬들 입장에서 재미있는 포인트는 다소 뜬금없는 영혼 논쟁이다. 프로하스카는 페레이라가 '의식'을 통해 영적인 힘을 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페레이라는 경기 전에 의식을 치른다. 이번에는 깨끗하게 싸웠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질 원주민 파탁소 부족의 후예 페레이라는 실제로 선조들의 위대한 영혼이 자신 안에 깃들어 있다고 믿고 있다.

페레이라는 "사람은 단지 뼈와 살로 이뤄진 게 아니라 모두 영혼을 갖고 있다. 프로하스카가 자신의 영혼을 찾지 못했다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고 받아쳤다. 페레이라는 12전(10승 2패)밖에 치르지 않았음에도 현재 세계 최고의 MMA파이터중 한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UFC에서는 7경기만에 2체급 챔피언에 올라섰다. 그야말로 타고난 격투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프로하스카 또한 그에 못지않다. 그는 30전 4패 1무의 강자다.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30승 중 판정승이 단 한번도 불과하다는 것이다. 맷집과 파괴력을 겸비했다. 그래서 더욱 둘의 승부가 기대된다. 서로의 전성기만 겹치지 않았다면 각각 장기 독주도 가능해보일 정도의 괴수들이다. 라이트헤비급 정점에 올라선 두 정상급 파이터 간 진검승부에 격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 UFC 303: 페레이라 vs 프로하스카 2 대진 메인카드 (tvN/TVING 오전 11시)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 알렉스 페레이라 vs 유리 프로하스카 [페더급] 브라이언 오르테가 vs 디에고 로페스 [라이트헤비급] 앤서니 스미스 vs 로만 돌리제 [여성 밴텀급] 마이라 부에노 실바 vs 메이시 시아슨 [웰터급] 이안 마샤두 개리 vs 마이클 페이지 언더카드 (TVING 오전 9시) [미들급] 조 파이퍼 vs 마크-앙드레 바리올 [페더급] 컵 스완슨 vs 안드레 필리 [페더급] 찰스 주르댕 vs 제앙 실바 [밴텀급] 페이튼 탤벗 vs 야니스 게무리 파이트패스 언더카드(UFC 파이트패스 오전 7시) [여성 스트로급] 미셸 워터슨-고메스 vs 질리언 로버트슨 [헤비급] 안드레이 알롭스키 vs 마르틴 부다이 [플라이급] 츠루야 레이 vs 카를로스 에르난데스 [밴텀급] 리키 시몬 vs 비니시우스 올리베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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