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아프면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없다?
[민종원 기자]
요즘 의사 2000명 증원 문제와 관련하여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져왔다. 많은 이들이 새삼 의료 체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의료의 공공성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이번 의료 분쟁을 지켜본 많은 시민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동네 병원, 동네 의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기도 하였다.
누구나 어디서든 갑자기 아플 수 있기에, 여기서도 의사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은 곳에서도 의사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세계 곳곳으로 들고 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갑자기 아파 병원을, 의사를 찾게 된다면? 가능할까? 인천공항에서도 의사를 만나는 것이? 가능하다.
▲ <공항으로 간 낭만의사> 앞표지 |
ⓒ 저상버스 |
그렇다, 인천공항에는 병원이 있다. 그것도 20년째 인천공항의 병원을 지키고 있는 가정의학과 출신 베테랑 의사 신호철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장, 엄연히 인천공항에 자리 잡고 있지만 거기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아 막상 들으면 깜짝 놀라기도 하는 인천공항의 병원. 맞다, 정말 그렇다. 인천공항에는 병원이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월 600만 명 그리고 연간 7,000만 명의 여행객이 드나들고 7만여 상주 직원이 있는 곳 인천국제공항. 생각해 보면 이렇듯 수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고 또 드나드는 곳에서 몸에 탈이 나거나 다치는 일이 왜 없을까? 그렇다면 그 큰 공항 공간을 벗어나 갑자기 외부의 병원을 찾아가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니 공항에 병원이 있다면 당연히 반가운 일이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천공항에는 병원이 있고 의사가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국제공항에 응급 상황을 대비한 일정 규모의 의료 시설을 갖추기를 권고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 규정에 따라, 인천공항은 가정의학과를 비롯해 내과, 외과 전문의 등 6명의 의사진을 갖추고 있으며 간호사 8명도 함께 일하고 있으며 방사선사, 행정직원까지 합치면 공항 의료센터에서 일하는 이들은 20여 명이나 된다. 하루도 쉼 없이 여행객이 드나드는 공항의 특성상 이 병원은 365일 가동한다.
ICAO의 규정이 강제규정이 아닌데도 인천공항이 꽤나 많은 의료진과 행정직원을 보유하고 365일 가동하는 이유는, 인천공항의 위치 특성상 공항 밖 병원으로 긴급 환자를 이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육지와 연결된 여러 다리를 비롯해 도로 상황이 좋아졌기에 이동이 예전보다 수월해지긴 했지만,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있다는 특징은 어쩔 수 없기에 인천공항은 병원을 365일 가동해야 할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 그곳을 20년째 지키고 있는 이가 바로 신호철 의료센터장이다.
공항병원의 필요성... <유 퀴즈> 출연한 공항 의료센터장
사람 만나기를 꽤나 즐거워하는 의사 신호철은 어느 날 병원 홍보실로부터 모 방송사의 신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인천공항 의료센터를 알릴 기회를 얻었다. 담당 pd의 적극적인 추진을 보며 일이 성사될 줄 알았는데, 프로그램의 성격과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없던 일이 되었다. 내심 아쉬워하던 차에, 그 담당 pd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일을 떠올리며 그 프로그램에 연결해주고 싶다고 했단다. 없던 일이 될 뻔하던 계획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길을 얻었다.
<유 퀴즈> 181화 '비상'이라는 제목으로 출연하게 된 신호철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장. 그는 전공의를 마치고 2005년에 인천공항의료센터 응급실장으로 발령받았다. 늦깎이로 레지던트로 생활하면서 여러모로 더 노력하고 근무 시간 이후에도 환자와 보호자를 챙기는 모습을 눈여겨본 학장님의 추천으로 성사된 일이었다.
2001년에 출발한 인천공항은 섬에 있는 공항 특성상 병원을 꼭 두어야 할 필요성에 의해 의료센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 <공항으로 간 낭만의사>는 방송에서 다 말하지 못한 공항병원의 필요성과 활동, 공항병원 구성원의 애환을 더 많이 알리고픈 마음에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든 한국에 오는 이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든 누구라도 언제라도 인천공항을 갈 일이 생길 수 있기에 그곳에 병원이 있고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꽤나 중요하다. 당장 아픈데 병원에 가기도 힘들고 의사를 만나기도 힘들다면 그것처럼 난감하고 불안한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항공기가 수없이 뜨고 내리는 공항의 특성상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 발생하는 환자도 많다. 그런 환자를, 위성전화를 통해 환자를 보지 못한 채로 의료 조치를 해야 하는 '레드콜 Red Call'도 언제든 받을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을 환자로 맞이하는 경우는 언제든 발생한다. 많은 이들이 생각지 못하는 일이지만 공항 내 상주 직원들의 건강검진 및 사고 발생 시 치료를 하는 곳도 이곳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천공항에 발이 묶인 이들이나 노숙자들도 치료한다.
인천공항의료센터는 365일 가동하며 여러 환자와 여러 긴급 상황을 겪는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어떤 사고로 다수의 생명이 위중한 상황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수시로 가상훈련도 한다. 일 년 내내 쉴 틈없이 돌아가는 병원이다.
이 책 <공항으로 간 낭만의사>는 공항 시설이 주는 산뜻함과 고급스러움과 편안함과는 상반되는, 긴급하고 당황스럽고 그러면서도 보람찬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장 탑승을 앞둔 상황에서 필수 상비약을 집에 두고 온 여행객을 위해 그가 평소 다니던 병원에까지 연락해 가며 약을 챙겨준 일, 지금은 전담하는 곳이 생겨서 부담을 덜었지만 오랜 기간 마약사범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몸에서 마약을 찾아내고 꺼내야 하던 일, 갑작스레 목에 무언가 걸려서 숨을 못 쉬는 아이를 들고 놀라 뛰어들어온 보호자를 만나던 일, 아이를 뱃속에 품은 산모를 긴급상황에서 치료 해야 했던 일 등등.
책 <공항으로 간 낭만의사>에서는 낭만적인 일만 벌어지지 않는 공항 내 사건 사고들 속에서 의사를 만날 일이 생기는 여러 경우와 그와 관련된 사전 대비책을 들을 수 있다. 공항의 추억과 더불어 함께 기억해 두면 좋을 필수 정보들이다.
해외여행 시 만성질환자에게 필요한 의료 정보, 작은 이물질에도 생명을 위협하는 기도 내 이물질을 제거하는 하임리히법, 기압 주의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정보, 임산부의 탑승 규정과 임산부 여행 시 유의사항, 기압 중이염이나 장기간의 좁은 좌석 탑승으로 발생하는 심부정맥혈전증에 관련된 정보 등 유용한 정보들도 담겨있다.
한 때 '의과대학 유급생'이었고 여전히 누군가는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인천공항의료센터를 지키는 센터장 신호철 의사. 그가 들려주는 공항병원 이야기와 의료센터 구성원들의 울고 웃는 이야기가 여행이 주는 많은 설렘과 더불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알아두면 꼭 도움이 될 공항/항공 관련 의료 정보, 당신이 겪을 수도 있는 공항 내 긴급 의료 상황과 관련된 이야기와 의료 정보, 그리고 그곳의 소소한 이야기가 우리 모두를 찾아왔다.
덧붙이는 글 | <인천공항으로 간 낭만의사> 신호철 지음. 경기 고양: 저상버스, 2024.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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