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앞둔 플라스틱 국제협약 마지막 회의, 개최국 한국의 대응 전략은?
[김지연 기자]
▲ 지난 26일 한국환경한림원 주최 제23차 환경정책심포지엄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주제로 개최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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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외교협약이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과학이 이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처음 본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3차 환경정책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은 이같이 말했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외교협약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말합니다.
협약은 총 5차례의 회의를 거쳐 체결될 예정입니다. 마지막 회의인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환경한림원 주최로 'UN 플라스틱 국제협약,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의 대응 전략과 역할은'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학계·산업계 등에서 11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현 플라스틱 정책 동향은? 2023년 HAC·OECD 야심찬 제안 쏟아져
현재 논의 중인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전(全) 주기를 다룬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플라스틱이 식음료·화학·건설·섬유·전자기기 등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사용되는 만큼, 협약 발효 시 거의 모든 산업이 규제 영향권에 들어갑니다.
이에 산유국과 플라스틱 생산국, 소비국, 중간국 등 각국의 입장에 따라 논쟁이 치열합니다. 202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차 회의(INC-2)까지만 해도 회의 진행이 더뎠던 이유입니다. 이 실장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플라스틱 오염) 종식은 어렵다"며 "다운스트림만 잘 관리하자"가 주요 흐름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9월과 11월을 계기로, 회의 흐름이 달라졌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야심찬 목표 연합(HAC)'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연이어 정책 보고서를 내놓으면서입니다. HAC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하는 국가 간 연합체입니다. 한국을 포함해 총 65개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 지난 26일 심포지엄 발제를 맡은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은 협약 체결에 있어 정부의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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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회의 개최국 한국, 환경연구원 "전략적 대응 필요해"
그렇다면 한국은 플라스틱 전 주기 관리를 위해 어떤 정책을 마련해야 할까요? 현재 국내와 글로벌 정책을 비교한 결과, 신규 정책 마련 및 기존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이 실장은 주문했습니다.
신규 정책으로는 ▲ 1차 폴리머 생산 감축 ▲ 플라스틱세·부담금 도입 ▲ 플라스틱 디지털 플랫폼·포털 구축 등입니다. 기존 정책에서는 플라스틱 ▲ 퇴출·대체 ▲ 순환성 확대 ▲ 환경 유출 방지 ▲ 미세플라스틱 방지 등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시에 이 실장은 협약 체결 과정에서는 정부의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 플라스틱 주요 생산·소비국입니다. 동시에 5차 회의에서 협약 성안을 위해 조율해야 하는 개최국이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협상 타결을 위한 의견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협약의 실행 가능성을 고려해 완곡하게 준비하되, 실제 국내 정책은 좀 더 강력한 조치를 마련하는 이원적 방식을 고민해야 한단 제언입니다. 이 경우 균형 있는 플라스틱 관리 대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 실장은 설명했습니다.
"산업 파급 영향, 너무 모른다"… 산업계, 포장재 감축 집중 촉구
반론도 나옵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포장재와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강력한 협약이 성안되면 기업의 비용 경쟁력부터 소비자 불편함까지 큰 영향이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국내 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인 약56%가 건물·전자기기·농업 용품 등 내부재에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정작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시발점이 된 포장재는 44%입니다. 충분히 피하거나 감축할 수 있는 부분인 포장재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단 것.
김 본부장은 "(플라스틱 규제가 불러올) 영향을 충분히 알리고 그에 대한 대응을 논의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아울러 환경 영향이 적은 플라스틱 투자를 확대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예시로 소개했습니다.
▲ 왼쪽부터 심포지엄 토론자로 참석한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이서현 환경부 국제개발협력팀 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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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국제협약, 한국 외교력 확인하는 장 될 것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역시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의 어려운 현실을 인정했습니다. 산유국의 입장이 강고할뿐더러, 그 입장을 전환시킬 국제사회 정치력과 명분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홍 소장은 기후변화와 비교해 이를 설명했습니다. 기후변화는 지난 30년간 학계의 연구를 통해 그 실체와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쌓였습니다. 또 재생에너지·전기화 등 화석연료의 대안도 존재합니다. 이와 달리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산유국을 설득할 정도에 미치지 못하단 것.
따라서 홍 소장은 현재 상황에서 협약이 성사될 수 있는 방안이 2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 협약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 제외 또는 ▲ 구체적인 감축 규제 대신 문제 의식을 선언하는 정도로 합의하는 것입니다. 홍 소장은 개최국인 한국 정부가 중재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국제적인 정치력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산유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중간국의 여론 형성을 주도하기 위함입니다. 중간국은 설계와 폐기물 처리 강화를 통해 감축에 기여하자는 입장입니다. 그는 "결국 5차 회의 결과는 한국 외교력의 승리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환경부, 회기간 작업 등 진행 중… 국내선 중소기업 소통 확대 계획
이서현 환경부 국제개발협력팀 과장은 현재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진행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그는 현재 비대면 소규모 실무회의가 이어지는 중이며, 아직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협약 성안에 대한 공감대를 기반으로 더디지만 분명한 진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오는 8월에는 '회기간 작업' 회의가 태국 방콕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로서는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일본·미국 등과 연대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국내 대응으로는 적정 규제 수준 판단 및 전략 수립을 위해 국내 산업계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부터는 간담회와 포럼 등을 열고 이해관계자와도 소통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환경부가 대규모 산업계 위주로 간담회를 진행해왔다는 업계의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향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국제협약 동향 공유와 의견 수렴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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