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손 쉬운 방법
[김현숙 기자]
요즘 난 '사사로운 것에 목숨 걸지 말자'는 화두로 내게 말을 건넨다. 스트레스로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관계 맺기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하다 보니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만난다. 여기서 나는 '이해할 수 없는'에 밑줄을 쫘악 그어 놓고 한참을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과연 정말로 상대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일까?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몰상식한 사람은 별로 없다. 나의 관점에 좀 거슬릴 뿐이고, 의견에 합일점을 찾지 못하니 적대적으로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밤마다 효창공원을 거닌다. 작은 연못에서 개구리 떼의 합창 소리가 들려온다. 도심의 정취와는 이질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인상 깊게 파고든다. 개구리들은 팀을 나누어 패싸움하는 기세로 '개굴개굴'이 아니라 '꿔악꿔악' 악을 쓰며 구령한다.
그중 압도적인 소리의 정체는 필경 황소개구리일 것이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교란 종이라는 말을 익히 들었던지라 그 소리가 예쁘게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황소개구리를 소탕하고자 연못의 물을 다 퍼내려 덤벼든다면 죄 없는 개구리들마저 죄다 사라져 버릴 것이다.
▲ 다양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안전성과 복원력을 가진다는 의미 |
ⓒ 김현숙 |
몇 주간 이 생각들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사람을 미워하고 탓을 하니 괴로운 건 나였다. 성숙하지 못한 나의 태도에 오히려 자괴감이 몰려왔다. 이 정도밖에 안 되면서 이웃들과 소통하며 살겠다던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어딜 가나 이런 일은 있을 텐데 그때마다 상대를 원망한다면 안 될 말이다. 사람을 회피하고 무시한다면 나는 더 괴로울 테고, 결국은 사람을 싫어하게 될 것 같았다.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어쩌면 오만한 생각이 아닐지 의심 해 보았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르니 생각과 판단도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에 상응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한 사람의 타인도 버거운데 하물며 다양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냥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의견을, 이해하기보다는 인정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다양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과 차별이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짐없이 강조했던 말이 '다양성 존중'이었다. 뻔질나게 말로만 주창했을 뿐이었다. 부끄러웠다.
책 <바디>를 읽으며 "다양성은 우리에게 안전성과 복원력을 제공한다"는 구절에 형광펜으로 덧칠했다. 질병이 집단 전체로 퍼지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도 다양성이었고, 다양성을 가진다는 것은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나와 반대되는 성격의 소유자가 끌리는 이유 또한 다양성, 즉 생물학적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훨씬 번식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생물이 번식의 방법으로 복제 대신 유전을 택하는 이유도 다양성 때문이다.
다양성은 비단 생물학에서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도 안전성과 복원력을 가진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조직이 똘똘 뭉치기는 쉽지만, 그 외 사람들을 배척할 가능성은 훨씬 높다. 다양성을 띤 집단은 동질성을 가진 집단보다 변화와 발전의 여지가 많은 건 자명한 사실이다.
책 속 한 줄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어 주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이 아니 없고 단지 견해차가 빚어낸 결과였다.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나를 돌아볼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괴로움만 줬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을 달리 생각하기로 했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사사로운 것에 목숨 걸지 말자'로 시작한 나의 다짐은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일이야말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첫걸음이란 걸 알게 되었다. 걸음걸음이 보태어져서 좀 더 나은 나로 진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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