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우 유럽진출 인터뷰] ② 유럽행 성사까지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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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영우의 MBTI 첫 글자는 E, 즉 외향형이다.
그와 한 번이라도 말을 섞어 본 사람은 알 수 있는 것처럼 설영우는 수다스럽고 대인관계를 좋아한다.
다만 설영우에게는 나도 손흥민, 김민재 같은 선배들의 뒤를 따라 유럽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됐다.
빅 리그 구단의 관심을 처음 받아보는 설영우는 관계자가 직접 날아와 영입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에 진지한 관심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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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설영우의 MBTI 첫 글자는 E, 즉 외향형이다. 그와 한 번이라도 말을 섞어 본 사람은 알 수 있는 것처럼 설영우는 수다스럽고 대인관계를 좋아한다. 나머지 세 자리는 SFJ다. 차례대로 감각, 감정, 판단을 의미한다. 흔한 말로 바꾸면 현실주의자, 공감능력이 좋은 자, 계획적인 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최근 확정된 설영우의 츠르베나즈베즈다 이적은 현실적이고 계획적으로 진행됐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단 해외 구단의 관심을 인지하고 행선지를 고민하는 것부터 생소한 일이었다. 설영우는 처음부터 국내 최강팀 중 하나인 울산HD 소속이었기 때문에 K리그 내 이적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국가대표팀에 자리 잡은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해외의 관심도 그리 많이 받아보지 않았다. 짧은 기간 동안 극적으로 진행된 이적을 관계자의 증언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설영우 자신의 코멘트를 더했다.
▲ 잉글랜드행 무산의 결정적인 한 방은 몸 상태에 대한 오해
설영우가 기억하는 본격적인 해외 러브콜은 총 세 차례였다. 모두 언론에 보도된 적 있는 팀이다. 처음은 프로 2년차였던 2021년의 페네르바체였다. 두 번째는 웨스트햄유나이티드, 세 번째가 마침내 이적이 성사된 즈베즈다다.
페네르바체는 당시 소속 선수였던 올림픽 대표팀 김민재를 통해 구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설영우가 울산과 계약기간이 길게 남아있었고 쉽게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만 설영우에게는 나도 손흥민, 김민재 같은 선배들의 뒤를 따라 유럽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됐다. 대학에서 또래보다 긴 3년을 보내고 왔기 때문에 유럽진출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설영우가 더 큰 무대를 꿈꾸기 시작했다. 이후 즈베즈다가 관심을 보였을 때는 마침 황인범과 함께 아시안컵 캠프에서 동고동락하고 있었다. 설영우가 유럽행을 모색할 때 두 유럽파 선배가 판단에 도움을 줬다.
아시안컵 기간에 즈베즈다보다 먼저 접촉해 온 팀이 웨스트햄이었다. 당시 웨스트햄은 영입 핵심 담당자를 카타르에 파견했다. 빅 리그 구단의 관심을 처음 받아보는 설영우는 관계자가 직접 날아와 영입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에 진지한 관심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설영우의 습관성 어깨 탈구에 대해 알게 된 웨스트햄 측이 발을 뺐다. 사실 설영우는 아시안컵 후 울산에서 5월 초까지 뛰고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만약 웨스트햄으로 갔더라도 2023-2024시즌 잔여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였다. 하지만 겨울 이적시장에서 즉시전력감이 필요했던 웨스트햄은 어깨가 수술을 요한다는 이야기에 발을 뺐다.
웨스트햄 이후 즈베즈다 역시 마르코 마린 단장을 파견해 설영우를 데려가겠다는 의사를 본격적으로 보여줬다. 아시안컵 기간 중에만 유럽팀의 적극적인 관심을 두 팀이나 받은 셈이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인데다 대회 중 이적논의가 꼬이기까지 하자 설영우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아시안컵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유럽 진출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다행인 건 그래도 경기력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어차피 제 포지션은 수비고, 제가 그렇게 튀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니잖아요. 대회 중에 자꾸 이적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 제 역량을 더 보여주고 싶긴 한데 그럴 때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장점은 많이 뛰는 거였어요. 열심히 뛰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는 선수라서 그렇게 제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죠. 저도 연장전을 두 번이나 소화하면서 이젠 못 뛴다 싶을 정도로 힘들 때가 있었는데, 매 경기 제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발 더 뻗으려고 했어요."
▲ 중동보다 유럽, 지금 아니면 안 되니까
이후 즈베즈다는 최초 제시했던 이적료를 두 배 가량 올려가며 여름 이적시장에 또 설영우에게 접근했고, 결국 영입을 성사시켰다. 즈베즈다 이적도 울산에서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게 했지만 돈만 본다면 아랍에미리트(UAE) 구단 등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
"중동팀들이요? 즈베즈다의 두세 배 정도를 제시하셨던 것 같아요. 사실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죠. 저도 프로 선수고 이게 직장인데, 많은 수익을 준다는 것도 그들이 줄 수 있는 메리트니까요. 근데 제가 유럽행을 결정한 이유는 자신감이에요. 유럽 갔다가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할 때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늦지 않는다는 자신감이요. 반면 유럽은 지금이 아니면 때가 오지 않을 것 같았어요."
사진= 풋볼리스트, 설영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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