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빈♡장기용, ‘새콤달콤’해~ 어른이 되는 ‘찐 연애’ [OTT 내비게이션⑲]
‘티빙의 선물’ 류선재로, 배우 변우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빠져 있는 당신을 위한 처방일 수도 있다. 넷플릭스 영화 ‘새콤달콤’.
평소 유튜브를 시청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변우석’ ‘선재 업고 튀어’ ‘류선재’를 키워드로 관련된 영상들을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뒤지는 이들이 많다. 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창조한 로맨틱 판타지 월드에서 아직은 나오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나라를 불문하고 나이를 불문하고 마음속으로 그리던 이상적 연애, 이상적 연인의 모습을 ‘선재 업고 튀어’가 구현했다. 강도가 셌다. 중년들의 연애 세포까지 깨웠다.
그러려고, 환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려고, 영화 ‘새콤달콤’을 본 건 아니었다. 영화 ‘하이재킹’에서 만난 배우 채수빈, 그가 연기한 옥순이가 너무 당차고 단단하고 사랑스러워서 과거작을 찾아보려는 심산이었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통해 군 복무 기간 더욱 깊어진 멜로 감성을 과시한 장기용이 함께 주인공을 맡은 만큼 망설임 없이 클릭했다.
처음엔 제목 그대로 영화가 ‘새콤달콤’했다. 류선재-임솔(변우석-김혜윤 분) 커플만큼이나 다은과 혁이 오빠(채수빈과 장기용·이우제 분) 커플의 이야기가 풋풋하고 ‘달달’하다.
어라, 그런데 ‘마음의 거리’에 따라 멀다면 먼 인천-서울 간 ‘롱디’(장거리 연애)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180도 다른 양상으로 나아갔다. 대기업 정규직 한번 돼 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장혁, 바쁘고 고된 상황을 십분 이해해 주려 애쓰는 정다은, 연인 다은에게 가는 게 기쁨이 아니라 의무가 되고 성공의 걸림돌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 혁, 남자친구의 변화를 느끼며 점점 서운함이 커가는 다은.
너무 흔하디흔한 현실 같아서, ‘찐 연애’의 실상 같아서 장르가 다큐멘터리였나 생각하는 순간, 영화는 더욱 어른들의 연애를 향해 ‘리얼’해진다. 다은의 임신과 생각이 많아지는 혁, 함께 선택한 중절에 어쩐지 더 큰 상처를 받고 외로움을 느끼는 다은, 매일이다시피 남자친구와 단둘이 야근하는 직장 동료가 염려되는 다은, 다은을 보영(정수정 분)으로 이름 한 번 틀리게 불렀다고 의심받는 게 화나는 혁. 두 사람의 말투는 더 이상 새콤달콤하지 않은 걸 넘어 이제 만나기만 하면 전구 갈고 쓰레기 버리는 일로 서운해하다 못해 싸운다.
이거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냐고? 결코 아니다. 단지 귀엽고 상큼한 채수빈이 나오고,잘생긴 장기용이 나오고, 털털해서 더 예쁜 정수정이 나와서 아닌 게 아니다. 단지 변해가고 멀어져가는 연인들의 이야기만 보여주다 끝났다면 추천할 이유가 없다.
영화의 큰 반전은, ‘새콤달콤’을 영화적 영화로 만드는 반전은 마지막에 등장한다. 어찌나 기막힌 반전인지, 보는 내내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결말에 기분 좋게 뒤통수를 후려 맞는다.
반전을 숨기는,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새콤달콤’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 전개-위기-절정 부분을 ‘진짜 연애’로 현실감 넘치게 그리는 방법을 택했다. 보는 이마다 한두 가지 이상은 각자의 실생활과 마주할 것이기 때문에 뜨금하다, 웃다, 눈물까지 짤 수도 있다. 이계백 감독이 정신 제대로 빼는 통에 저마다의 넌덜머리 나는 과거나 현재가 소환돼 ‘반전 따위’ 내다볼 여력을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 말미 한 방 제대로 맞으며 생각한다, 이거 다큐 아니고 영화 맞네! 그만큼 영화적 반전이 짜릿하다. 일본 작가 이누시 구루미의 소설이 원작이고, 일본에서 이미 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로 만들어진 바 있다고 해도 역시 우리 배우로 우리의 현실에 투영하니 타격감이 크다.
영화 줄거리에 비춰보면 일본영화의 제목 ‘이니시에이션 러브’가 더욱 직접적으로 내용을 담는다. 인생에서 이제 제대로 어른이 되는 문턱에서 ‘사랑’만 한 이니시에이션(initiation·미개 사회에서 청년 남녀에게 부족의 성원으로서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 위하여 행하는 공공 행사나 훈련, 때로는 엄격한 고행과 시련 따위를 수반한다)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의 제목이 좋다. 시큼함을 넘어 정신 번쩍 드는 인생의 쓴맛을 보게 해놓고는 ‘새콤달콤’이란다. 반어적인 것 같지만, 인생을 길게 놓고 보면 그 청춘의 아픈 사랑이 시중의 새콤달콤 캐러멜보다 더 새콤달콤한 까닭이다. 달콤하기만 한 것보다 눈을 찡긋하게 하는 새콤함이 맛을 돋우지 않는가.
스무 살 됐다고 어른인 게 아니라 사랑의 아린 맛, 직장의 ‘드러운’ 맛을 보며 우리는 어른이 돼 간다. 선남선녀 배우 나오는 로맨스인 줄 알았다가 된통 ‘새콤달콤’ 인생의 쓴맛을 보고 나니 눈앞을 뿌옇게 가리던 ‘선재 업고 튀어’의 판타지 안개가 조금은 걷어지는 느낌이다.
아직 동화 같은 사랑 세계에 머물고 싶다면 미루고, 변우석과 김혜윤 못지않게 멋지고 어여쁜 장기용과 채수빈을 보고 싶거나 동화에서 현실로 돌아오고 싶다면 클릭하라, ‘새콤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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