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악몽"...바이든·트럼프 첫 토론 직전까지 신경전 [미 대선 첫 TV토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첫 번째 대선 TV토론이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토론 직전까지 소셜미디어에 자신감을 표시하며 신경전을 벌인 가운데 토론회를 앞둔 애틀랜타 유권자들의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전·현직 대통령의 맞대결을 앞두고 토론장 주변은 경찰 병력으로 완전히 통제됐다. 지지자들은 경찰의 통제선 밖에서 삼삼오오 모여 산발적 지지 집회를 벌였다. 바이든의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바이든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었고,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성조기를 비롯해 트럼프의 ‘머그샷’ 등이 프린트된 옷을 입은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토론장 인근에서 만난 레이 데프리코는 “트럼프가 바이든의 나이를 두고 공격하지만, 두 사람의 나이 차는 2살에 불과하다”며 “보다 중요한 것은 바이든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지만, 트럼프는 거짓말쟁이자 범죄자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존 스미스는 “2020년 선거에선 코로나 상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바이든이 조지아에서 선전했지만, 원래 조지아는 보수적 성격이 강한 곳”이라며 “경제 상황과 바이든 행정부의 지난 4년 간의 정책을 감안하면 대표적 스윙보트인 조지아가 트럼프를 지지하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지난 1주일간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머물며 토론회 준비에 몰두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에 오르면서도 기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마가(MAGA) 공화당은 억만장자를 위한 감세를 원하며, 사회보장 및 은퇴 연령 상향 조정을 추구하고 있다”, “사회보장과 의료보험을 보호하자”는 글을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 2시 무렵 애틀랜타에 도착한 뒤에는 지지자들을 만나 토론회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지지자들은 일제히 “4년 더!”를 외치며 호응했다.바이든의 핵심 참모들은 토론 준비 상황과 관련 “기분이 좋고, 이제 출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토론의 성패를 가릴 조건으로 ‘집중력’과 ‘결단력’을 꼽았다. 81세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 참모진의 도움 없이 오로지 혼자 힘으로 90분간 진행되는 토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가 변수가 될 거란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핵심 측근 그룹 일부와 마지막까지 토론을 준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의 핵심 참모들은 토론회 전날까지 무역을 비롯한 정책 부분에 대한 마지막 자료 정리와 브리핑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애틀랜타 도착 시간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3시간여 느린 오후 5시 무렵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을 몇시간 앞두고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행정부 동안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더 많이 줄였다”는 글을 비롯해 “바이든의 국경과 이민 정책은 여성에게 악몽이다”, “바이든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며, 미국의 생존과 존립에 대한 위협”이라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동시에 트럼프 캠프는 토론이 진행되는 조지아주를 비롯한 전국 주요 경합지에 바이든의 나이 논란을 강조하는 새로운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는 “계단에서 넘어지고, 자전거에서 쓰러지고, 재킷도 입지 못하고, 툭하면 길을 잃는 사람에게 4년 더 백악관을 맡길 수 있을까”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과 관련한 내용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두 사람의 토론회는 미국 동부시간 9시(한국시간 28일 오전 10시)에 시작된다.
한편 CBS가 이날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1%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토론에서 이길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예상한 답변은 26%에 그쳤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79%가 트럼프의 승리를 예상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에선 58%만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보다 토론을 더 잘 할 거라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68%는 바이든이 ‘좀 더 힘 있는 톤’으로 말하기를 바란다는 응답을 했고, 공화당 지지자의 88%는 트럼프가 ‘좀 더 예의 바른 톤’의 토론을 원한다고 했다.
애틀랜타=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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