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산업장관, 中 겨냥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검토

“세계 평화·안보 위협” 견제 시각
핵심·첨단 기술 발전 긴밀 공조

안덕근(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열린 제1차 한·미·일 산업장관회의에 참석해 지나 러몬도(가운데) 미 상무부 장관,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산업장관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첫 회의를 열고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기술 공급망 구축과 수출통제 공조 강화에 합의했다. 3국 장관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관련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우리 목표는 3자 메커니즘을 활용해 핵심·신흥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3국의 경제안보와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서의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회복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에 관한 원칙’을 증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3국은 구체적으로 첨단 기술 수출통제 공조 강화, 첨단 산업 기술 관련 공동 연구 등 민간 부문 파트너십 증진, 국제 표준 개발 및 인공지능(AI)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노력 제고에 합의했다. 핵심·신흥 기술과 핵심 광물 협력 확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이행 지원도 합의 사항에 포함했다.

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핵심·신흥 기술을 활용해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인권을 침해하려는 자들의 기술 발전 거부”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곳곳에 중국 견제 시각을 드러냈다.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통제를 겨냥해 “최근의 비시장적 조치가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을 포함한 핵심 광물 공급망에 비합리적이고 중대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도 성명에 담겼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8월 한·미·일 정상이 캠프데이비드 회의에서 산업장관회의 정례화를 합의한 데 따라 개최됐다. 3국은 장관급 회의를 매년 개최하고 협력 분야 진전을 위한 각국 실무급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번 회의가 역사적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를 통해 3국 관계는 새로운 지평으로 넘어가야 한다”며 “지금은 3국이 핵심·첨단 기술의 발전에 있어 어느 때보다 긴밀히 공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한·미·일은 캠프데이비드 정신에 따라 한층 호혜적이고 강건한 제도적 협력의 프레임을 쌓을 수 있다”며 “첨단 기술과 혁신에선 한국과 미국, 일본보다 더 나은 파트너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3국 경제협력을 민간으로 확장하기 위해 한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 상공회의소, 일본 게이단렌 주도의 ‘한·미·일 재계회의’도 발족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