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전 고법 부장판사 "개인정보보호법 규제 절반 풀고, 변협 스타트업과 싸움 멈춰야"
"판결문 공개하고, 사법부 예산 증액해 AI 도입해야"
"법조계도 인공지능(AI)이라는 천리마에 올라타야"
법원 내 손꼽히는 IT·리걸테크 전문가로 통했던 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65·사법연수원 14기·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가 국내 리걸테크 사업의 발전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변호사단체가 리걸테크 스타트업들과의 싸움을 멈추고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판사들이 판결문 작성에 AI를 활용하면 그동안 판결문 작성에 들였던 품을 온전히 사건의 결론을 내리는데 쏟을 수 있다며, 하루빨리 사법부에 AI를 도입해 신속한 판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법률신문·메쎄이상 주최로 열린 '2024년 리걸테크 인공지능 특별전시회(LTAS, Legal Tech & AI Show)'에서 'AI 시대 한국 법조의 생존전략'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며 이같이 밝혔다.
'New work new world(새로운 일, 새로운 세상)'라는 말로 이날 강연을 시작한 강 변호사는 "36년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고 올해 1월 정년 퇴임했다"라며 "이제 판사가 아니니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장, 부산지방법원장, 법원도서관장 등을 거쳐 2020년 다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돌아와 정년까지 법관으로 재직한 강 변호사는 지난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차기 대법원장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판사로 재직하며 1만201건의 판결을 남겼다.
개인정보보호법 규제 절반 이하로 낮춰야…대한변협, 스타트업 상대 싸움 멈춰야강 변호사는 "대한민국 악법 중의 하나가 개인정보보호법이다"라며 "빅데이터 AI 사업에 도움이 안 된다. 규제를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유럽식 규제로 가면 우리나라 AI 산업은 망한다"라며 "유럽은 미국에 기술자들을 뺏기고, 글로벌 AI 패권을 미국에 뺏겨 미국 테크 기업과 싸워 이길 수가 없어서 자국 기업이 클 때까지 어쩔 수 없이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AI 규제는 유럽연합(EU)식 규제 대신에 미국식 진흥책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변협이 로앤컴퍼니의 로톡 운영 방식이 현행 변호사법에 위반된다고 보고,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무더기로 징계했다가 법무부에서 취소를 당하는 등 리걸테크 기업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온 상황도 비판했다. 변협은 최근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24시간 인공지능(AI) 변호사 서비스 'AI 대륙아주'도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대륙아주와 소속 변호사들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징계 대상인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에 3500개의 (리걸테크) 회사가 있다"라며 "변협은 싸우지 말고, 젊은 변호사들에게 공포감을 주지 말고, AI 천리마에 타서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지, 변호사법 위반 어쩌고 해서 국내 기업을 다 죽인다고 미국의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를 막을 힘과 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판결문 공개하고 AI 도입해 사건 결론 도출에 집중해야…사법부 예산 증액 절실
강 변호사는 "잠자는 백설공주를 깨우자"라며 "수천만 건의 판결문이 쌓여있고, 실시간으로 대법원 판결문이 등재되고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 같은 규제 때문에 판결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오전 10시에 판결하면 오전 11시에 실명으로 전 국민에게 공개된다"라며 "이혼사건이나 성범죄 사건을 제외한 모든 판결이 그날 중으로 공개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원칙적으로 실명 판결을 공개하고, 다만 당사자가 비용을 내고 익명화를 신청하면 익명 처리를 해준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명색이 IT 선진국인데 언제까지 대법원 창고에 판결문을 쌓아놓을 것이냐"라며 "나는 30년 전부터 판결문을 공개하자고 주장한 사람이다. 그러면 실력 없는 판사, 검사, 변호사는 국민들 앞에 모두 까발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이맘때쯤 법원 내부 AI가 오픈될 텐데 대법원장께 건의해서 (법원 내에서)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라며 "판례 변경이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가 창의적인 판결을 원하는 게 아니다. (사건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은) 빨리 판결해달라는 것이다. 신속하게 내가 이기는 판결을 해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는 사법부 예산 증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판결이 지금도 절대 늦는 게 아니라 글로벌 180개 국가 중 1등이다. 세계 톱이다"라며 "일본은 배석판사가 1인당 매월 판결문 1건을 쓰는데, 우리는 한 주당 3건씩(월 12건) 쓴다. 재판 지연 얘기는 저처럼 죽을 둥 살 둥 밤늦게까지 야근을 했던 때와 비교해서 나온 얘기다"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대한민국 사법부 예산이 원주시 1년 예산보다도 적다"라며 "전체 국가 예산의 0.3%다. 당근은 안 주고 매일 (재판 늦는다고) 욕만 한다"고 말했다.
판결문 페이퍼 작성 시간 줄여 사건 결론 도출에 사용…"최신 기술 막으면 흥선대원군 쇄국정책"
그는 AI 도입을 통해 판결문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법원에 AI가 도입되면 '원고 소장 30장을 1장으로 요약해줘', '답변서 50장을 2장으로 요약해줘', '관련 있는 하급심 판결문 찾아줘' 이런 식으로 활용해서 복사해서 붙이면 된다"라며 "누워서 사이다 먹듯이 판결문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지금은 판결문 작성에 70%, 사건의 결론을 내리는 데 30%의 힘을 들인다면, AI를 사용하면 결론 도출에 70%, 페이퍼 작업에 30%로 힘을 배분하는 게 가능해진다"라며 "일주일에 판결문 10건도 쓸 수 있는 슈퍼저지(Super Judge)로 재탄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문서를 갖고 먹고사는 법조인들이 이런 기술이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르면 몸이 고생한다. 손 아프다고 안티푸라민 바르고, 병원 가서 도수 치료받고"라며 판사 시절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지능형 개인 비서 소프트웨어 코타나 검색 엔진의 접근을 차단한 한컴 회사를 찾아가 항의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최신 기술을 막으면 흥선대원군이 하는 쇄국정책이랑 똑같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김앤장, 광장, 세종이 하는 법률자문을 개인 변호사 혼자서도 할 수 있다"라며 "AI 도움을 받는 개인 변호사가 대형 로펌 변호사 100명보다 나을 수도 있다. 법률시장에 AI가 보편화되면 대형 로펌의 독식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성형 AI 최적 분야가 법조…AI라는 천리마에 올라타야강연 말미 강 변호사는 "생성형 AI의 최적 분야가 법조"라며 "법조계도 인공지능(AI)이라는 천리마에 올라타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핵심요체는 책을 읽고 고수에게 배우는 인간의 '아날로그 경쟁력', '생각근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알라딘의 지니 램프가 아니며 현 단계에서는 업무보조용일 뿐 최종 판단은 인간이 직접 해야 한다"라며 "AI의 환각(AI가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과 오류는 인간의 생각근육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를 구슬리는 방법은 자기가 매일 써보면서 느껴야 된다"라며 "천리마에 올라타서 몽골 기병의 자세로 달려가자"는 말로 이날 강연을 마무리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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