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책준형 토지신탁' PF 대출 14조…고금리에 '손배 리스크'

고정삼 2024. 6.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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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비 증가로 준공 미이행 잇따라
신탁사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 커져
당국, 책준형 건전성 기준 강화 계획
자본 부담 확대돼 책준형 감소할 듯
아파트와 오피스텔 단지 모습.ⓒ연합뉴스

국내 4대 금융지주사가 신탁 계열사를 통해 책임준공 관리형(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에 투입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1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건설 공사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신탁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으로 금융지주가 짊어진 손해 배상 책임도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계열 신탁사를 통해 보유한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4조468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탁사들이 올해 들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규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관련 대출 잔액은 전반적으로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를 대신해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면서 사업장의 신용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공사가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대신하거나 대출 금융기관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저금리 환경에서 신탁사의 이익을 확대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문제는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신탁사의 책임준공 사업장도 하나둘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한 사업장은 지역 소재의 비아파트 주거시설 혹은 지식산업센터나 물류센터 등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시설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기에 리스크가 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책준형 토지신탁은 직접 익스포저가 아니라 우발채무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차입형과 달리 책준형 상품에 담기는 시공사의 신용등급은 전반적으로 낮고, 시설도 비아파트와 상업시설 등 기타 유형이 많아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서 신탁사가 손해 배상 책임을 떠안게 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신한지주의 책준형 토지신탁 관련 PF 대출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5조4631억원이며 총 126건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경남 창원시 소재 멀티플렉스 등 총 13건의 토지신탁 사업에서 책임준공 기한이 초과된 상태다. 현재 해당 사업장에 투입된 PF 대출은 4029억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의 관련 PF 대출 잔액은 1조9875억원이며 총 36건의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양주 옥정지구 지식산업센터 등 총 7건에서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가 미이행됐다. 우리금융이 해당 사업장에 투입한 PF 대출은 1971억원 수준이다.

KB금융의 PF 대출 잔액은 3조4790억원이며 공항동에어포트시티 등을 포함해 56건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사업장별 공정 진행을 지속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관련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조127억원이며 부산시 서구 암남동 위드비디앤씨 관토 등을 포함해 47건의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상황 속 금융감독원은 올 하반기 중 신탁사들의 책준형 토지신탁 건전성 기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책준형 토지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위험값 반영 기준을 차입형과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이다. 아울러 책준형과 차입형 신탁의 총합이 자기자본 대비 일정 비율을 넘어가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책준형은 신탁사가 돈을 조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만 생기지 않으면 부담 없이 수수료만 수취하는 구조"라며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차입형이 대체로 많았는데, 금융사들이 책준형 상품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책준형의 NCR 위험값을 올리게 되면 차입형 만큼의 자본 부담을 갖게 되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책준형 상품이 늘어나는 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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