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교육개혁이 인구 정책의 중요한 축이다
지난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를 개최하여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며, 종합적인 ‘저출산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였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인구 문제에 대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백약이 무효였고, 대한민국의 존망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가 총력전을 벌여서 암울한 미래를 희망차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날 저고위가 발표한 종합대책에는 부총리급 부처인 인구전략기획본부 신설을 추진하고,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에서 과거보다 파격적인 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반등시킨다는 목표를 내어놓았다.
우선 정부가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가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낮아 국가 소멸을 걱정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에 대해 립서비스만 했지 실질적인 노력은 많이 부족했다. 이에 비해 이번에 발표된 대책에는 인구 문제를 총괄할 부처 신설 추진이나, 육아휴직과 아이돌봄 대폭 확대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에서 진일보한 면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도 이번 종합 대책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책들을 총괄하였다는 점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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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고령위원회 새로운 출발
현실상 가능한 정책 망라했지만
근본적인 구조개혁 빠져 아쉬움
교육개혁 등 전방위적 노력 필요
」
하지만 이 대책으로 0.7명 수준으로 떨어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을 반등시켜 한국의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대부분 고개를 젓는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저고위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실시한 국민 설문조사에 의하면 저출산의 원인으로 ‘경제적 부담 및 소득 양극화’(40.0%)와 ‘자녀 양육·교육에 대한 부담감’(26.9%)이 1, 2위로 꼽혔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대책에서는 이 문제들에 대해 단편적인 대응책만이 있다. 예를 들어 ‘자녀 양육·교육에 대한 부담’에는 영아 보육만이 아니라 초중고에서의 지나친 경쟁교육으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작용할 터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빠져있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 및 소득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주거 및 결혼 지원만이 들어 있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나친 경쟁 사회에서의 피로감, 수도권 인구 집중과 감당 안 되는 부동산 가격, 소득 양극화, 대학 서열화에 따른 사교육 과열 등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여러 문제로 인하여 젊은이들이 미래 사회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이것이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고, 이 문제들이 해결 또는 완화된다는 확신이 없는 한 자녀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알량한 정부 지원금 지급 등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교육 개혁은 출산율 반등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필연적으로 맞닥칠 고령화 축소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합계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이미 청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가임연령 인구도 감소하여 출산율이 대폭 증가한다 해도 당분간 출생아 숫자가 늘어나기는 힘든 형편이다. 결국 머지않아 고령화 축소경제 사회에 진입하는 것은 ‘정해진 미래’이어서 이에 대비할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저고위가 발표한 대책이 출산율 제고에만 초점을 맞추고 축소경제 사회에 대한 대응책은 없는 것이 아쉽다.
경제적으로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연령인구 감소 효과를 상쇄하고 국가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서 노동인구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재 교육시스템은 주어진 지식을 토해내는 암기 위주이어서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 암기식 교육은 과거 ‘빠른 추격자’ 시절에는 적합하였을지 모르나, 이제 선진국의 ‘선도형’ 산업구조로 바뀌어야 하는 시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지는 못한다. 게다가 평생 교육 등 인력의 재교육 시스템도 부실하여 앞으로 빈번히 일어날 근로자의 직업 전환에 대한 대비도 부족하다. 결국 인구 감소로 인한 당면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 교육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교육개혁 과제를 저고위에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교육부도 발 벗고 나서야 할 이유이다.
이처럼 인구 대책은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슈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말 그대로 “국가 총력전”이 필요하고, 결국 대통령의 과제인 것이다. 이번 저고위는 그런대로 의미 있는 출발을 하였으나 앞으로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전방위적인 구조개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명백하다. 국가의 명운이 달린 일이다.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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