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카운터어택] 김도훈과 홍명보
기후 변화로 뜨거운 지구촌 여름이 축구 축제로 더욱 끓어 올랐다.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24)와 남미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2024)다. 이번 코파 아메리카는 에콰도르의 개최 포기로 미국이 떠맡았다. 덕분에 남미 10개국에 북중미 6개국까지, 명실상부 코파 ‘아메리카’가 됐다. 유로2024는 조별리그를 끝내고 30일 16강전에 돌입한다. 일주일 늦게 개막한 코파 아메리카는 조별리그가 한창이다. 스포츠 베팅업체 예상 우승국을 보니 유로2024는 잉글랜드-프랑스-독일 순, 코파 아메리카는 아르헨티나-브라질-우루과이 순이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이 지난 25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코스타리카와 0-0으로 비겼다. 코스타리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2위. 22위 한국보다 아래다. 현지 보도를 살펴보니 같은 무승부지만 코스타리카는 축제, 브라질은 초상집 분위기다. 코스타리카 대신 한국이었어도 마찬가지일 거다. 사실 한국은 브라질과의 국가대표 경기(A매치)에서 8전 1승 7패다. 그 한 번 승리가 세월이 흘러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다.
1999년 3월 28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국가대표 친선평가전. 당시 브라질은 히바우두·카푸·주닝요·제 호베르투 등 정예 멤버로 나섰다. 브라질은 89분간 골만 빼고 다 보여줬다. 무승부가 유력하던 경기는, 후반 45분 김도훈의 결승골로 한국의 1-0 승리로 끝났다. 김도훈은 교체 투입 6분 만에 골을 터뜨렸다. 그 골에는 두 숨은 공로자가 있다. 김도훈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찔러준 최성용, 그리고 공을 몰고 하프라인을 넘어 최성용에게 연결한 홍명보다.
김도훈과 홍명보. 한 캔버스 안에 함께 그려진 걸 좀처럼 찾기 힘든 두 사람이다. 둘 다 1998 프랑스월드컵 멤버지만, 그 시절 한국 공격의 선택지 1번은 황선홍, 2번은 최용수였다. 김도훈의 존재감은 오히려 소속팀에서 더 강렬했다. K리그 전북 현대와 성남 일화, 심지어 일본 J리그 빗셀 고베는 그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홍명보도 포철(포항 스틸러스 전신)과 J리그 가시와 레이솔에서 활약했지만, 그래도 그는 태극마크와 함께 더 빛났다. 2020시즌 직후 울산 현대 지휘봉이 김도훈에서 홍명보로 넘어갔다. 두 사람 간 최근 접점이다.
두 사람은 한국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 유력 후보다. 축구계 얘기를 들어보니, 팀원 간 몇 차례 내분을 겪은 대표팀을 추스를 리더십이 중요한 선임 기준인데, 둘 다 그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리더십을 뺀 기술·전술 등은 보좌하는 코치진이 어느 정도 해줄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누군가가 “출신 대학 같은 학연 등이 감독 선임의 숨은 기준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우려하길래 말해줬다. “(거스) 히딩크 시절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게 있는데, 대한축구협회는 절대 그럴 조직이 아니지.”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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