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당신 감정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자기 생각과 느낌을 쉽게 드러내면 안 된다고 교육받았기 때문일까. 감정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기며 살아왔다.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들장미 소녀 캔디’의 주제곡처럼 ‘울면 안 돼’ 철학은 중년 이상의 한국 남성들에게 깊이 내면화돼 있다.
그래서일까.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마음속 감정들을 조금은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 2편에선 1편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에 이어 ‘불안’ ‘부럽’ ‘따분’ ‘당황’ ‘추억’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사춘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감정들이 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그룹의 감정들은 사이가 좋지 않다. 기존의 감정들에겐 새로운 감정들이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감정들은 기존의 감정들이 고지식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영화는 감정과 감정의 대립 전선이 어떻게 해소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과정을 거치며 주인공도 한 계단 성장한다.
영화를 보며 문득, 내 안의 감정들에 미안해졌다. 만약 내게 여러 빛깔의 감정이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한 사막 같았을까. 감정 하나하나가 소중한 것이구나. 그 느낌들을 내가 너무 오랫동안 무시하고 방치했구나.
영화는 한발 더 나아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감정이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감정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특정한 감정이 나를 대표하고 나를 규정짓게 해선 안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나를 보고 ‘버럭’이나 ‘불안’을 떠올린다면 곤란한 일 아닐까.
내가 감정의 주인이라면 하나 더 생각할 게 있다. 다른 이가 내 감정을 조종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내 감정이 남의 식민지가 되지 않게끔 맞서고 또 맞서야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이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도 잘못이다. 그것이 아무리 ‘선의’이고 ‘합리적’일지라도.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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