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슘페터 호텔은 박물관에나?
영국 미술작가가 디자인한 라스베이거스 팜스 카지노 리조트 호텔의 하룻밤 숙박료는 10만 달러. 보통 사람 연봉을 훨씬 상회한다. 카리브해 세인트루시아 최고급 호텔 잠수함에서 연인과 하룻밤을 보내는 비용은? 1박에 17만 5000달러. 눈이 휘둥그레진다.
1994년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넘었다. 체감경제 온도도 높아 여론조사에서 중산층이라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75%에 달했다.
이달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 총소득(GNI)이 처음 일본을 앞섰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3만 6194달러로 3만 5793달러인 일본보다 높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나라 중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한국이 6위다. 이 발표가 공허한 이유는 뭘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약 30년간 사회불안과 계층 격차가 심화했다. 보통 사람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에 ‘2024 불평등 보고서’를 제출했다. 2020년 이후 세계 최상위 부자 5명의 자산이 2배로 늘어났다. 반면 전 세계 50억 인구는 더 가난해졌다. 상위 1%의 수퍼리치와 평범한 사람들 간의 격차가 극심하다는 평가다. 역사상 이토록 소수가 많은 부를 독점한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스스로 경제적 상층으로 여기는 사람 숫자는 3% 수준이다.
문득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사진)의 호텔 비유가 생각난다. 슘페터는 기업가 세계를 투숙객의 면면이 바뀌는 호텔로 봤다. 그는 맨 꼭대기 층의 소수 부자와 1층의 다수의 가난한 투숙객이 서로 층을 바뀌어 사는 세계를 꿈꾸었다. 그런 슘페터 호텔은 이제 박물관에나 있을 것 같다. 그의 호텔이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한 층이라도 오르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살이 때문이다. 한 평 고시원 살이를 해도 에어컨 나오는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는 꿈은 누구에게나 있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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