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통계 못믿겠다는 조합들…‘재건축 부담금’ 석달째 표류
재건축 부담금 완화를 골자로 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이하 개정 재초환법)이 지난 3월 27일부터 시행됐지만 관련 지자체가 재건축 부담금 부과 절차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이 부담금 부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다. 문재인 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 의혹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게 이들이 내세운 논거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 모임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전재연)은 이달 초 전국 21개 지자체에 재건축 부담금 결정·부과 절차를 일시 중지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전재연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재건축 초과이익에서 제외하는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한국부동산원의 주택매매가격지수로 산정하는데, 작년 10월 감사원이 2017~21년까지 통계가 의도적으로 축소됐다고 발표하지 않았느냐”며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건축 부담금 산정 통계로 활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감사원이 문제 삼은 건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주간 단위 조사)이다. 하지만 조합 측은 주간 변동률 통계 축소가 주택매매가격지수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재건축 부담금 대상 단지 중 입주가 끝나 부담금을 산정해야 할 곳은 전국 36개 단지, 약 1만 가구다. 특히 서울에선 서초구의 반포센트리빌아스테리움(구 반포 현대)이 강남권의 재건축 부담금 부과 1호 단지로 주목받았다. 이 단지는 2021년 8월 준공됐지만 이듬해 재초환법 완화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부담금 부과가 보류됐다.
이후 실제 재초환법 완화가 추진됐고 지난해 말 개정안이 통과돼 올해 3월 말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재건축 부담금이 면제되는 초과이익(면제금액)을 기존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부과율이 결정되는 부과구간 단위도 기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각각 확대했다. 여기에 20년 이상 장기보유한 1가구 1주택자는 부담금을 최대 70% 감경해주는 규정도 추가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재초환 평균 부과금액은 전국 기준으론 기존 8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줄고, 서울도 기존 2억1300만원에서 1억4500만원까지 줄어든다.
반포센트리빌아스테리움도 조합원당 재건축 부담금이 개정 전엔 3억원가량이었는데 개정 후엔 1억600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주택자 조합원 기준으로 장기보유 1주택자는 여기서 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은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담금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부담금 인하 효과는 지방이나 저가 단지에서 크고, 집값이 크게 오른 서울은 부담금 액수 자체가 높다는 것이다. 조합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은 조합원당 부담금(다주택자 기준)이 기존 7억7700만원에서 7억2200만원으로 5500만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고, 성동구 장미아파트도 기존 4억6300만원에서 4억800만원으로 줄어드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전재연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돼도 재건축 부담금이 수억 원대로 나오는데 어느 조합원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며 “부담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변수가 있다면 문제 제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된 만큼 관련 법령에 따라 부과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재건축 부담금 산정 관련해 주택가격통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기존 부담금 부과 단지까지 소급하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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