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야"→"자기야" 이해인, 교제 주장 대화물 공개…남자선수 측은 부인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해외 전지훈련 기간 중 음주는 물론 이성 후배 A에게 성적 가해 한 혐의로 대한빙상경기연맹 공정위원회에서 3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전 국가대표 이해인(19·고려대)이 자신의 SNS를 통해 A와 자연스러운 교제 사이였다고 주장할 수 있는 자료들을 내놨다.
이해인은 27일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총 4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4개 모두 둘의 SNS 대화를 공개한 것이라는 이해인 주장으로 간주된다.
이해인은 대화물 중 먼저 올린 3개의 제목을 '5/21 다시 사귀기로 한날'로 붙였다. 여기서 A가 "아가? ㅎㅎ 다른 사람이 다시 사귀냐고 물으면 안사귄다고 해애 ㅋㅎ"라고 하자 이해인(대화물에선 '나')이 "허ㅓ어 그래도 너는 내꺼야"라고 응답했다. 이에 A는 "알지알지이ㅣ~ 다시 사귀니까 어때ㅐ?ㅎㅎ"라며 교체하게 된 소감을 묻는다.
이에 이해인은 "너무 좋아 뭔가 모든게 제자리로 온 느낌 히히ㅣ"라며 좋은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다시 A가 "ㅎㅎ 자기가 좋아하니까 좋으네ㅔ"라고 하자 이해인은 "옴마아ㅏ 오랜만에 자기라고 부르니까 기절할꺼 가튼데"라고 화답했다.
공개된 대화물에서 둘은 이내 서로를 '여보'라고 불렀다. 있는 그대로의 내용만 보면 교제하는 사이로 느껴질 만한 것들이다.
두번째 대화물에선 이해인이 "너없이 못 살아 나"라고 하자 A가 "ㅎㅎ 나도 자기 없음 못살아ㅏ 사랑해 자기야"라며 하트 이모티콘까지 그려넣었다.
세번째 대화물에선 A가 "지금쯤이면 누나가 아마 귀엽게 자고 있겠지?"라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담은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말미엔 "우리 다시 사귄만큼 정말 예쁜 사랑하자"라고도 했다.
네번째 대화물 제목은 '5/24 키스마크를 선생님이 보신 날'로 돼 있다. 둘 중 한 명의 몸에 키스마크(키스해서 새긴 멍자국 등)가 있고 이를 전훈에 동행한 지도자 한 명이 본 것이라는 이해인의 주장으로 판단된다.
이해인이 공개한 것에 따르면 A는 "음..우리 여기서(이탈리아)는 최대한 조심이 안만나고 한국 가서 좀 만나도 되? 진천에 가서 좀 만나는거 어때 여기서 내가 운동은 안하고 키스 마크 머 있었다 이러면 너무 내 인생이 끝날거 같아서(중략)"라고 적었다.
이에 이해인이 "자기도 그런 뜻이 맞지? 헤어진다 그런뜻이 아니지?"라고 묻자 A가 "그런 뜻 아니야 우리 절대 안 헤어져 걱정마 자기야"라고 약속했다.
이해인이 올린 4개의 대화물만 놓고 보면 이해인과 A는 이탈리아에서 다시 교제를 시작했으며 며칠 뒤 A의 몸에 이해인의 키스마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짐작하자면 공정위가 거론했던 성적 학대는 A의 몸에 새겨진 '키스 마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이해인은 이날 오전 빙상연맹 공정위에서 중징계 받은 이가 자신임을 스스로 알리면서 반성과 함께 본인이 납득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선 반박하고 나섰다.
이해인은 "술을 마신 것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미성년자를 성추행했고, 성적 가해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성적 가해에 대한 피해자로 판정 받은 남자 후배는 사실 오랜 기간 사귀었던 연인이었다고 고백했다.
이해인은 "(피해자는) 내가 고등학생일 때 사귄 남자친구였고, 부모님 반대로 헤어졌다가 이번 전지훈련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며 "서로를 좋아했던 감정이 남아있어서 다시 사귀게 됐는데, 그 사실을 비밀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해인은 이어 "빙상연맹 조사를 받을 때도 그 친구와 교제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성적 행위는) 연인 사이에 할 수 있는 장난이나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했다"며 "대한체육회에서 어떤 징계가 내려지든 깊이 반성하겠다"고 적었다.
다만 이해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A도 이해인의 대화물이나 SNS를 통해 밝힌 입장이 사실이며, 이해인과 전훈 중 다시 교제하기 시작했다고 시인해야 하지만 실제론 반대인 것으로 보인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성년자인 A측은 관계 정립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인의 성적 행위가 있었고, 이에 많이 당황해 자리를 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해인이 25일 사후 증거 수집의 목적으로 해당 사건에 관해 질의해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충격받았다"며 "현재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다"라고도 전했다.
A의 법 대리인 역시 27일 입장문을 통해 "두 선수는 2023년에 약 3개월 동안 교제한 뒤 이별했다"며 "피해자는 이후 이해인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지난 달 해외 전지훈련 기간 이해인이 이야기를 하자며 숙소로 불렀고, 이해인이 다시 만나보자는 제안을 해 다음 날 그렇게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해인의 방을 방문한 날 해당 행위가 이뤄졌고, 피해 선수는 많이 당황하고 놀란 상태에서 곧바로 방에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A측은 아직까진 이해인의 주장들을 정면 반박하는 모양새다.
앞서 빙상연맹은 지난 20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여자 싱글 국가대표 선수 한 명에게 미성년자 이성 후배를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3년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또 다른 여자 선수에겐 성적 불쾌감을 주는 불법 촬영을 한 혐의 등으로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이 중 3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선수가 바로 이해인이다.
당초 이 사건은 여자 선수 두 명이 해외 전훈 기간 중 단순 음주를 했으며, 한 명의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 방을 드나든 사건 정도였다.
빙상연맹은 이달 중순 "지난달 15일∼28일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진행된 국가대표 해외 전훈 기간 성인인 여자 싱글 국가대표 선수 2명이 자기 숙소에서 맥주를 포함해 여러 차례 술을 마셨다"고 밝혔다.
빙상연맹 강화훈련 지침상 훈련 및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주 행위는 금지됐고 해외 전훈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당시 연맹 관계자는 "해외 전지훈련도 공식 훈련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만큼 음주 금지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설명하며 둘을 징계에 회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때만 해도 두 선수들의 행위는 단순한 음주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인 만큼 음주운전은 아예 할 수 없었고, 숙소 등에서 소란을 피우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맹 측도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운 사실은 없다. 단순 음주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둘 외에도 징계 대상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술을 마신 두 여자 선수들의 숙소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남자 선수가 하나 있었다. 이 남자 선수가 이해인이 성적 가해를 한 피해자(A)라는 게 빙상연맹 공정위 결과다.
그러나 이해인은 공정위 결과를 받은 뒤 일주일 만에 입을 열어 음주는 사실이고 깊이 반성하지만 남자 선수에게 성적 학대를 한 것이 아니라 교제하는 사이였다고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징계 대상자들은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재심에서도 두 선수의 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연맹 징계를 떠나 선수 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인은 지난해 ISU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피겨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낸 선수가 됐다. 세계선수권 한 달 전 열린 4대륙선수권에서는 김연아 이후 한국 피겨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 금메달을 거머쥔 적이 있다.
그 만큼 한국 피겨의 두 반째 올림픽 메달 꿈을 이어줄 선두 주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선수 생명에 큰 위기를 맞게 됐고,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이해인은 자격 정지 3년 징계가 확정되면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참가가 좌절된다.
한편, 공정위 심사에선 피해자로 지목됐지만 이해인이 자신과 교제하는 사이라고 주장하는 A 역시 여자 선수 숙소를 들어간 것으로 확인돼 견책 처분을 받았다. A 역시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응에 나섰다.
음주와 불법 촬영 혐의 등으로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또 다른 여자 선수' 역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해인 SNS 글 전문>
안녕하세요 이해인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팬분들께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국가대표로서 후배 선수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다른 선수들 몫까지 성실하게 훈련에만 매진했어야 했는데, 짧은 생각에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제가 술을 마신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었고, 계속해서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제가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지 매일 같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에는 제가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거나 성적가해를 했다고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년 제가 고등학생일 때 사겼던 남자친구였고,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졌다가 이번 전지훈련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던 아이였습니다.
서로를 좋아했던 감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인지 그곳에서 다시 사귀게 되었는데, 부모님께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빙상연맹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도 사실 그 친구와 사귀는 사이였다는 말을 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제가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연인 사이에 할 수 있는 장난이나 애정표현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무리 우리가 사귀는 사이라는 것을 밝히지 못했다고 해도 이런 오해까지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과분한 기대와 사랑을 받았는데 이렇게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대한체육회에서 어떤 징계가 내려지든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는 절대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해인 올림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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