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화성 화재' 대표…"내 새끼 이제 스물넷인데" 유족 오열
화재 사고로 23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의 박순관 대표가 27일 사고 이후 처음으로 유족들을 만나 고개를 숙였다. 유족들은 “말뿐인 사과 말고 대책을 가져와라”며 항의했다. 이날 지난 24일 사고가 난 지 사흘 만에 사망자 23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내 새끼 스물넷밖에” 오열한 유족
박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화성시청 3층에 마련된 화재사고 유가족 대기실로 향했다. 그러나 유족 측 지인인 김태윤 충북인뉴스 대표가 “유가족 공동으로 대응할 테니 이렇게 한명씩 만나 사과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제지하면서 곧바로 유족을 만나진 못했다.
박 대표는 이후 건물 주차장에서 중국 국적 희생자의 유가족들과 만나 사과와 해명을 반복했다. 한 중년 여성은 “내 새끼 스물넷 밖에 안 됐다”며 박 대표의 가슴을 치다가 오열하며 주저앉았다. 중국 국적의 한 남성은 “사람의 생명은 딱 한 번뿐이다”며 박 대표를 향해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유족들의 흐느낌과 호통 소리가 계속됐다. 오후 3시30분쯤 유가족 대기실로 간 박 대표는 “이번 참사에 대해선 저를 포함한 우리 회사가 평생 안고 가겠다”며 유족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유족들은 “대책을 가져오지 않은 사과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반발했다.
회사에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유족은 “폭발하는 상품(리튬 배터리)을 어떻게 그렇게 관리할 수 있느냐”며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희생자들이) 탈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애를 보내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 막막하다”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유족도 있었다. 유족들의 한탄과 쓴소리는 이어졌고, 20여분 간의 사과와 질답이 오간 뒤 박 대표는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정부·지자체 등 관계기관, 유족과 논의
브리핑은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선 소방 화재조사 및 경찰·고용노동부 수사 진척 상황, 향후 장례 및 보상 절차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주됐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명쾌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고, 일부 유족은 이에 항의했다고 한다. 브리핑에 참석한 한 유족은 “가장 궁금한 건 수사 상황에 대한 것인데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며 격양된 표정으로 대강당을 빠져나갔다.
이아미·박종서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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