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서비스 미쳤다"…LG트윈스 명물 '오리갑' 10년만에 깜짝 등장
2000~2010년대 오리탈을 쓰고 야구장을 찾아 LG트윈스 경기를 관람하던 이른바 '오리갑(甲)'이 1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 화제다. 오리갑은 LG트윈스의 전설적 명물로 팬들 사이에서 과거 '비공식 마스코트'로 통할 정도로 유명했다.
27일 엑스(X·옛 트위터)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에 2014년 이후 종적을 감췄던 오리갑이 다시 나타났다.
LG트윈스는 26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돌아온 오리갑'이라는 짧은 영상과 함께 "10년 만에 다시 잠실에 나타난 목욕한 오리갑"이라고 적었다. 야구팬들도 "오리갑의 부활"이라며 관련 사진을 공유하고, "착하고 상냥하고 따뜻한 오리갑이 2024년 승리의 마스코트가 됐으면 좋겠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오리갑은 27일에도 잠실종합운동장에 재차 등장해 야구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팬들은 "오리갑 팬서비스 미쳤다, 손하트 해줌" "나도 봤다 오리갑, 완전 럭키하잖아"라면서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LG트윈스 광팬으로 알려진 오리갑은 지하철에서도 탈을 쓰고 다녀 지금까지 그의 '본체'를 아는 이는 없다. 큰 머리가 특징으로 매번 다른 야구팬들의 시야를 가릴까 노심초사하며 가쪽 좌석이나 계단, 바닥에 앉아 '매너갑, 오리갑'으로 불렸다. 경기가 끝나면 본인 자리는 물론 주변도 치우고 가는 등의 미담이 잇따랐다. 항상 탈을 깨끗이 빨아 그의 옆에 가면 섬유유연제 향기가 났다고 한다.
이런 유명세로 2010년 9월 25일에는 시구까지 했다. 하지만 당시 이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가 시구하는 장면 대신 캐치볼하는 선발 투수만 찍어 오리갑의 시구를 보려고 기다리던 야구팬들이 분노한 일도 있었다.
KBSN 스포츠 채널은 오리갑이 돌연 모습을 감추자 2015년 3월 '오리갑을 찾습니다'라는 시청자 제보 이벤트를 내걸었다. 제작진이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을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다면서다.
철저히 베일에 싸인 오리갑의 정체 때문에 항간에 떠도는 소문도 많았다. 2010~2013년 사이에는 그가 잠시 야구장을 떠나 군대에 다녀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오리갑이 매표소에서 표를 사기 위해 카드 결제를 하는데, 직원이 한도 초과라고 해 오리옷을 사려고 카드빚까지 진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돌았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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