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주주 분쟁 vs 종업원 지주회사 [취재수첩]
홍콩서 日매출 2000만원 ‘전포식육’.
지난해 3월에 쓴 기사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시절 부산에서 다양한 식당 10여곳을 운영하다 위기에 처한 문정호 회장의 해외 진출 반전 스토리를 다뤘다. 문 회장은 부산 매장이 ‘셧다운’ 위기에 처하자 일자리가 없어진 청년 직원들을 이끌고 홍콩으로 갔다. 한국 분위기 그대로 운영했더니 1년도 채 안 돼 이 가게는 줄 서는 K푸드 맛집이 됐다. 당시 문 회장은 2030세대 직원들이 본인을 따라 타국에 와서 합숙하며 밤낮없이 일하는 모습에 감동, 꼭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후 1년여가 지났다. 지난해 취재 당시 갓 2호점을 냈던 고깃집 ‘전포식육’은 이제 7호점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또 그사이 한국식 칼국수 매장인 ‘서울제면소’도 열었는데 역시 맛집 대열에 가세하면서 곧 5호점 문을 열기 직전이다. 흥미로운 건 초기 창업 공신(?) 직원들이 새 매장의 지분 30~70%를 갖게 됐다는 사실이다. 특히 전포식육 7호점은 대주주가 2030 직원들이다. 일종의 종업원 지주회사인 셈이다. 문 회장은 “이역만리에서 고생만 시키고 이익이나 창업 기회를 나누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요원하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삼성동 소재 유명한 해장국집에서도 비슷한 스토리를 찾을 수 있다. ‘중앙해장’은 3년 전부터 이 집 인기 메뉴인 해장국, 곱창전골을 포장 전문으로만 파는 위성 매장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곳 지점장이자 주인은 오래 근속한 직원이다. 본사 측은 “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진짜 주인’ 자격이 있는 직원들에게 창업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면서 직원 이직률은 뚝 떨어졌고 손님은 더 늘어났다고.
반면 일부 대기업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종업원을 불안케 해 고객에게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에 이들만 역행하는 건 아닌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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