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상 LIG 회장, K미사일 타고... 과거 영광 부활 꿈꾼다 [CEO 라운지]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6.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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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한국을 방문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회동이 열렸다. 중동의 큰손 UAE 국빈의 방문인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내로라하는 기업 회장단이 총출동했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10대 그룹의 총수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LIG그룹 구본상 회장(54)이었다. 구 회장은 회담이 끝나고 찍은 사진에서 다른 총수를 제치고 UAE 대통령 바로 옆에 섰다. 재계 1위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회담이 열리기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었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구본상 회장은 올해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구 회장은 2012년 LIG건설이 부도가 임박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후 2016년 만기 출소했다. 이후 취업제한이 걸린 탓에 경영 활동이 제한됐다.

1970년생/ 고려대 문과대학/ 미국 Tufts University 인문과학대/ 1996년 LG그룹 회장실/ 1998년 LG전자/ 2006년 넥스원퓨처㈜ 부사장/ 2007년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 2011년 LIG넥스원㈜ 부회장/ LIG 회장(현)
사법 리스크 털어낸 구본상 회장

행보 산뜻, LIG넥스원 실적·주가 질주

구 회장이 물러난 시기 동안 LIG그룹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LIG생명보험(현 DGB생명보험),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등 금융 주력 계열사를 잃은 상태에서, LIG건설까지 떨어져 나갔다. 그룹에 남은 자회사는 사실상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이 유일했다. 범LG가 일원으로서 위세는 사라지고, 자그마한 방산 전문 업체로 위상이 격하됐다.

구 회장은 2021년 5월 법무부가 취업을 승인한 뒤에야 경영 활동에 참여를 시작했다. 다만, 전면에 나서지는 못했다. LIG넥스원의 미등기임원으로 복귀, 회사 경영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그러다 올해 설 특별 사면으로 최종 복권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등장해 주요 업무를 챙기고 있다.

이후 방산의 ‘해외 수출’이 터지면서 구 회장은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됐다. 그는 과거부터 “지속적인 성장의 답은 해외 수출 확대에 있다”고 말하며 LIG넥스원의 무기 수출을 꾸준히 주도했다. 2022년과 2023년에 드디어 결과물을 얻어냈다. 중동 시장에 국내 기술로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를 수출하는 데 성공한 것. UAE·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한 천궁Ⅱ 공급 계약 규모는 8조원대에 이른다.

그동안 중동 미사일 시장은 선진국 방위산업체의 ‘놀이터’로 불렸던 것을 감안하면, 특기할 만한 결과다.

행보를 넓힌 2024년에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미국 시장 진출이다. 해상용 유도 로켓 미사일 ‘비궁’의 수출 성사를 위해 집중한다. 비궁은 현재 미 해군 내부에서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국방부가 시험한 FCT(해외비교시험)도 좋은 결과를 받았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예산 권한을 쥔 미 의회 설득에 수출 여부가 달렸다고 전망한다. 의회에서 구매 예산을 승인하면 비궁의 미국 수출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국내 방산 업체가 만든 무기가 미국에 수출된 사례는 없다.

구 회장이 진두지휘한 해외 수출 사업 성과는 곧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 LIG넥스원 수주잔고는 2023년, 2년 만에 136% 증가, 19조원을 넘어섰다.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매출 2조원을 넘겼다. 2023년 영업이익은 186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는 LIG넥스원이 2024년 더 성장하리라고 예상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시장의 LIG넥스원 실적 예상치(컨센서스)는 매출 3조543억원, 영업이익 2421억원이다.

주가는 구 회장 복귀 이후 꾸준히 우상향을 기록 중이다. 2021년 5월 3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2024년 6월 19일 21만1000원까지 올랐다. 약 7배 가까이 상승했다. LIG넥스원 주가가 20만원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방산에만 매몰된 그룹 구조

과거 위상 회복하는 데 주력

복귀 후 순항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구 회장의 ‘숙원’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바로 위상 회복이다. LIG넥스원이 방산 사업에서 질주를 이어나가도, 금융과 건설까지 아울렀던 과거의 위용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실제 구 회장은 LIG그룹이 방산 전문 업체로 보이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알려졌다.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생존 차원에서도 사업 다각화는 필수다. 현재 그룹의 수익 대부분이 방위 산업에 몰려 있다. 현재는 방산업계가 호황이지만, 호황이 언제까지나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무턱대고 그룹의 덩치를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그룹의 자금 동원력을 생각하면 무리한 외형 확대는 불가능에 가깝다. 2024년 1분기 기준, LIG넥스원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3394억원에 그친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구 회장이 택한 전략은 2가지다. 우선 그룹의 핵심 회사인 LIG넥스원의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데 집중한다. 그룹의 핵심 기업인 LIG넥스원이 안정적으로 성장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포석이다. 특히 인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 LIG넥스원의 주력 분야인 미사일은 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무기다. 높은 난도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인재 확보가 필수다. R&D 분야를 중심으로 인원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년간 LIG넥스원 임직원의 수는 30% 이상 늘었다.

다음으로 방산과 시너지를 내는 민수 분야 진출을 꾀한다. 덩치를 늘리면서도 효율성은 놓지 않겠다는 취지다. 그의 의도대로 LIG넥스원은 최근 우주·로봇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와 관련 2020년 말 무선통신장비 전문기업 이노와이어리스 지분 21%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00년 설립된 이노와이어리스는 5G 이동통신 상용화 기업이다. LIG넥스원은 정밀 전자 분야 핵심 역량과 이노와이어리스 기술력을 접목, 민수 분야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또, 미국 사족 보행 로봇 개발 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3150억원에 인수하고 미국 당국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2015년 설립된 고스트로보틱스는 4족 보행 로봇 관련 기술력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회사다. 실제 활용도와 실용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고스트로보틱스의 ‘로봇 군견’은 미군을 비롯해 각국 군·경당국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상품이다. 인수에 성공하면 방위 산업 외 새로운 먹거리가 생기는 셈이다.

로봇에 이어 위성, UAM 분야로 투자 보폭을 넓히는 과정에서 최근 군인공제회, IBK캐피탈과 공동 조성한 ‘방산혁신펀드’를 통해 국내 인공지능(AI) 위성영상 분석 플랫폼 업체 ‘다비오’에 투자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에도 안간힘을 쓴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민군기술협력사업으로 수행되는 ‘탑재 중량 40㎏급 수송용 멀티콥터형 드론 시스템’ 개발에 뛰어든 게 대표 사례다. 육해공군, 해병대에 군용 수송 드론으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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