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가 고래를 삼켰다···에어인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6.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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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새로운 주인이 확정됐다. 국내 유일 화물 전문 항공사 ‘에어인천’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다.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에어인천은 국내 2위 항공 화물사업자 위치에 올라선다. 다만, 시장에서는 에어인천보다 다른 기업을 주목한다. 에어인천의 실질 소유주인 사모펀드 ‘소시어스에비에이션’과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을 지배하는 기업 ‘인화정공’이다. 특히 이인 대표가 이끄는 인화정공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선박기자재 회사인 인화정공이 왜 항공업까지 진출하는지 갑론을박이 뜨겁다.

화물 전문 항공사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됐다. 에어인천보다도, 에어인천의 숨겨진 모회사 ‘인화정공’에 대한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 (아시아나항공 제공)
고래 삼킨 새우, 항공사 에어인천

실제 주인은 선박부품 회사 인화정공?

에어인천은 2012년 설립된 화물 전용 항공사다. 여객 사업은 하지 않고 화물 운송만 전문으로 맡고 있다. 국내 항공사 중 화물 운송만 전문으로 맡는 곳은 에어인천이 유일하다. 러시아 사할린 노선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며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항공화물 수송 실적은 3만9323t 수준이다.

매출 규모는 영세하다. 2023년 707억40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번 인수전 본입찰에서 경쟁한 에어프레미아(3750억원), 이스타항공(1467억원)과 비교하면 규모가 훨씬 작다. 인수 대상인 아시아나 화물사업부(1조6081억원)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그야말로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다. 때문에 항공업계 내부에선 해당 결과를 두고,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 등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는 했지만, 에어인천이 삼키기에는 아시아나 화물사업부가 지나치게 크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IB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에어인천은 겉으로 내세운 회사일 뿐, 아시아나 인수를 주도한 기업은 따로 있다고 내다본다. 에어인천 컨소시엄에 SI로 참가한 회사이자 에어인천의 숨겨진 실소유주로 불리는 인화정공이다.

인화정공은 1999년 이인 대표가 설립한 선박엔진부품 회사다. 현대중공업, HSD엔진, STX엔진 등 국내 주요 선박엔진 회사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설립자 이인 사장은 시장에서 인수합병의 고수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사장은 2011년부터 각종 M&A로 회사 덩치를 꾸준히 키워왔다. 정밀부품 제조사, 기계부품 회사에 집중하던 이 사장은 2022년 돌연 예상외의 M&A를 진행한다. 화물 전문 항공사 에어인천을 사들인 것. 당시 HSD엔진(현 한화엔진)을 막 인수한 시점이었다. HSD엔진 인수를 도왔던 소시어스와 손잡고 에어인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소시어스는 에어인천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을 설립했다.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은 현재 에어인천 지분의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때 자금 마련을 위해 360억원 규모 프로젝트 펀드(소시어스 제5호)를 조성했다. 출자금 가운데 355억원을 인화정공이 지원했다. 지분 99%의 자금을 출자한 것. 결과적

으로 인화정공 → 소시어스 제5호 → 소시어스에비에이션 → 에어인천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시켰다.

시장에서는 뜬금없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정밀기계 제조업에 집중하던 회사가 갑자기 항공업에 뛰어드는 이유를 두고 추측이 오갔다. 이 사장은 한발 더 나갔다. 힘들게 인수한 HSD엔진 지분을 한화에 매각했다. 일부 지분만 가진 주주로 남고, 경영권은 한화에 넘겼다. LNG선을 중심으로 조선업이 부활하던 시기였다. 선박엔진 업체 가치가 점점 올라가던 시점에 내린 결정이다. 매각 결정으로 인화정공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에어인천은 남기고, HSD엔진을 포기한 이 사장 결정을 두고, 투자자 다수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됐다. 항공 시장이 격변하면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면서, 독과점 이슈를 피하기 위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반드시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문제는 화물사업부를 살 회사가 마땅찮았다는 점.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등 다른 LCC 업체들은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대한항공도 여객기를 가진 회사에 매각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여객사업부를 가진 회사에 대형 화물사업부를 붙여주면 제2의 아시아나항공을 만들어주는 꼴이다. 강력한 경쟁자를 스스로 만드는 우를 범할 수도 있는 셈. 결국 인수자 중 화물 전문 항공사인 에어인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하게 됐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이인 사장은 단숨에 국내 2위 화물 항공사 소유주로 올라섰다. IB업계에서는 항공 사업을 두고 큰 그림을 그리던 이 사장이, 시장 상황을 절묘하게 이용한 ‘작전’을 완성했다고 평가한다. 인화정공의 움직임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항공사업부를 반드시 팔아야 하는 시점이 온다고 예측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항공업계 상황을 분석해야만 알 수 있는 정보를 제대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에어인천과 인화정공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인 사장이 인수 금융이나 기존 HSD엔진 매각 대금을 끌어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오가기도 했다. 추측대로 거래가 성사되면서, 더 주목받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에어인천 남은 과제도 적잖아

빈 껍데기 인수 비판 피하려면

이인 회장의 큰 그림으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품었지만, 아직 인화정공과 에어인천이 ‘정상화’를 위해서 넘어야 할 과제가 적잖다. 화물사업부와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높이지 못한다면 공들여 인수한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에어인천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아시아나항공의 대형 화물기 11대를 인수한다. 언뜻 보면 대량의 대형 화물기를 인수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항공기는 ‘핵심 자산’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운항하지 않는 항공기는 유지 비용만 들어가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핵심 자산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가 가진 네트워크와 손님(화주)이다. 이를 그대로 흡수해야 한다. 고객을 그대로 유지해야만 비행기를 굴리고 돈을 벌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아시아나와 계약했던 것처럼, 에어인천을 선택할 것인가다. 화주는 특성상 회사 상황이 안정적인 대형 항공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소 항공사인 에어인천을 택한다는 보장이 없다. 여기에 더해 에어인천은 장거리 노선을 취항한 경험이 전무하다. 미국, 유럽 등으로 물건을 보내려 하는 화주 입장에서는 에어인천보다는 대한항공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기존 네트워크와 고객을 뺀 채로 항공기만 인수한다면, 영양가 없는 인수로 전락할 수 있다.

벨리카고의 부재도 아쉽다. 벨리카고는 여객기 화부에 화물을 싣는 것을 말한다. 여객사업부는 인수하지 못한 탓에 벨리카고 물량은 가져오지 못했다. 벨리카고는 여객기와 병행해 운행하는 덕분에 물건 운송 비용이 싸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벨리카고로 쏠쏠한 수익을 벌어들였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출의 절반가량이 벨리카고에서 나왔다. 사실상 ‘반쪽’ 인수인 셈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보유한 화주 물량 유지와 벨리카고 부족분 보충을 위한 투자가 필수다. 안도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어인천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는 항공화물 네트워크 확장과 포트폴리오 보완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추가적인 원거리 화물기 도입이 가능할지가 관건인데, 재무적투자자의 추가 자금 수혈이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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