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홍일도 탄핵 발의…"현 MBC체제 지키려 위력 행사"

성지원 2024. 6. 27. 19: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7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22대 국회에서 첫 국무위원 탄핵 추진이자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한 지 210일 만에 또 방통위원장 탄핵에 나선 것이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5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2024.06.25.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방통위원 2명으로 주요 의결이 이뤄지는 상황이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반대 의견은 전혀 없었다”며 “이번 임시국회 내에 탄핵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탄핵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몫 간사 김현 의원과 조국혁신당(이해민)ㆍ진보당(윤종오) 등이 대표발의했고, 사회민주당ㆍ새로운미래 등 야5당이 당론으로 채택했다.

앞서 민주당은 방통위 ‘2인 체제’의 정당성을 문제삼았다.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2인(위원장 포함)과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나머지 3인(여당 1명, 야당 2명) 등 5인의 상임위원 합의제로 운영되는데, 지난해 8월 김효재(여권 추천 몫)ㆍ김현(야권 추천 몫) 위원 사퇴 이후 대통령이 추천한 위원장(이동관→김홍일)과 이상인 위원의 2인 체제가 이어져왔다.

야당은 탄핵안에서 ▶2인체제 의결의 위법성 ▶YTN 지분매각 결정의 심사기준 미충족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특정 언론사 표적 제재 묵인 ▶국회 불출석 및 자료제출 거부 ▶TBS(교통방송) 존폐위기 방치 등을 탄핵사유로 꼽았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방통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설립 목적에 위배하여 마치 독임제 행정기관처럼 운영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위법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방통위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국회가 나서서 피소추자에 대한 탄핵 소추를 의결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과방위 입법청문회에 출석해 2인 체제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지만, 위법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헌법과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1 이상 동의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국회의장은 발의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는데,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 시 의결된다. 민주당은 다음달 2일 대정부질문을 위해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6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다음달 4일 전에 표결에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야당이 김 위원장의 탄핵 속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8월 12일 예정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가 있다. 방문진은 MBC의 최대주주로 사장 추천 등 경영에 대한 관리ㆍ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다.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 등 이사장을 포함해 총 9인의 이사(3년 임기)로 구성되는데, 현 이사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친야 성향 인사가 다수다. 김 위원장은 21일 과방위 입법청문회에서 방문진 이사 선임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8월 임기 만료가 닥쳐왔기 때문에 (선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김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전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이 경우 방통위는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의결에 차질이 발생한다. 결국 현재 방문진의 야권 우위 구조를 유지시키기 위해 김 위원장 탄핵을 강행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김 위원장 탄핵으로) 임기만료가 되는 방문진 이사회 임기를 불법적으로 연장해 자신들의 권력 장악 수단으로 이용했던 방송을 그대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이동관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탄핵안을 발의했으나, 이 전 위원장이 표결 당일 자진 사퇴해 탄핵안을 통과시키지는 못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김홍일 위원장 지명하기 전부터 ‘제2,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키겠다’더니 참 한결같다”며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언론관을 가진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는 것이며, 궁극에는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해 언론을 자신들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진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통과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디어 분야 교수는 “국무위원 탄핵은 위법성이 현저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 보면 김홍일 위원장이 헌재에서 탄핵 심판될 가능성은 낮다”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이 ‘묻지마 탄핵’을 하는 건 일단 방통위 업무를 마비시켜 야권에 우호적인 현 MBC 체제를 지키려는 전형적인 위력행사”라고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