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에도 있던 친족상도례…박수홍도 불붙인 폐지론 역사
헌법재판소가 27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형법의 친족상도례 조항(제328조 1항)은 1953년 형법을 만들 때부터 도입됐다.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 중인 친족이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를 저지를 경우 그 형을 면제한다는 게 골자다. 가정 내 문제는 가족끼리 먼저 해결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법의 유래는 그보다 오래됐다. 최초 연원은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로마법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 근대적 형법전에 친족상도례가 처음 도입된 건 프랑스다. 이후 독일 등에서 친족상도례를 도입했고,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 형법전에도 친족상도례 조항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2000년대 전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부부 사이에도 돈 관리를 따로하는 등 가족 양상이 바뀌며 친족상도례 제도 폐지 논란이 점화되기 시작했다. 1995년 형법 개정 당시에는 정부가 친족상도례를 일부 손보고자 했으나 불발됐다. 2009년에는 국내 법학자들로 구성된 형법개정연구회가 개정안을 만들어 제안했으나 실제 입법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2012년에는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도 올랐다. 이때 헌재는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5 대 4 의견으로 합헌 판결했다. 2017년 국회에서는 미성년후견인·한정후견인 등을 적용 예외로 두는 개정안을 발의(박남춘 의원)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개정론이 다시 불붙은 건 2020년 이후다. 특히 2021년 3월 방송인 박수홍씨의 친형이 62억원을 횡령한 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특히 박씨의 부친이 검찰 조사에서 박씨 자금을 실제로는 자신이 관리했고, 횡령 주체도 자신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직계혈족(부모·자식) 간 횡령 범행을 처벌할 수 없도록 한 친족상도례 조항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국회에서도 친족상도례를 폐지하는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고,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변화된 국민 인식과 관심에 따라 친족상도례 조항 개정을 검토할 때”라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도 “지금 사회에서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며 폐지 의사를 내비쳤으나 결국 법안 개정까진 이르지 못했다.
이날 헌재 판단으로 국회도 친족상도례 형법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국회가 2025년 12월 31일까지 형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해 자동 폐기된다.
해외에서도 친족상도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보다 범위가 좁다. 스위스에서는 친족 간이라도 고소를 하면 경제범죄에 대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게 형을 면제해주는 조항이 있지만 적용대상 범죄가 절도 등으로 제한된다. 프랑스는 직계존비속과 배우자에 대해서만 형을 면제해주는 친족상도례 대상으로 본다. 배우자라도 별거 중인 경우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직업 7번 바꿔서 부자 됐다…수백억 모은 그의 전략 | 중앙일보
- 골프공에 머리 맞은 60대, 결국 숨졌다…이천 골프장 발칵 | 중앙일보
- 연평도 소나무에 박힌 채…해병대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 중앙일보
- "사망 확률 4% 더 높다"…'현대인 필수품' 종합비타민 충격 결과 | 중앙일보
- 엉덩이 만지자 사타구니 '퍽'…日 여행 중 봉변당한 대만 미녀 결국 | 중앙일보
- 손웅정 "손흥민 이미지 값이라며 수억원 요구…돈 아깝냐더라" | 중앙일보
- "형, 이럴려고 5선 했어?"…86 푸시에도 불출마 기운 이인영, 왜 [who&why] | 중앙일보
- 원희룡 "배신의 정치 성공 못해" 한동훈 언급 땐 어조 세졌다 [여당 당권주자 인터뷰②] | 중앙
- [단독] 화성 아리셀 거짓말 정황…불법파견 의심공고 13번 냈다 | 중앙일보
- 300만원 든 지갑 주웠다 인생역전…'돈쭐' 맞은 네덜란드 노숙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