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 첫날 세브란스…큰 혼란 없었지만 환자들 "예약 취소 두려워"
'빅5' 병원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27일, 대규모 진료 공백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부 교수들만 휴진에 참여하면서 병원 외래진료가 1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개별적인 휴진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어 환자들은 불안감을 표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은 본관 외래접수 창구 등 곳곳이 평소처럼 환자들로 붐볐다. 휴진을 결정한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입원 병동과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분야 진료는 유지하고, 휴진 여부도 각 교수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기로 하면서 큰 파급은 없는 모습이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학회나 개인 휴가 등으로 진료를 조정한 교수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진료 건수가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 노조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외래진료 건수가 5~10%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술 건수도 큰 변동은 없어 '휴진' 표현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홈페이지와 내부 전광판에 '정상 진료 중'이라는 안내 문구를 띄웠다.
혼란은 없었지만, 평소보다 한산한 곳도 있었다. 내분비내과의 경우 일정표 상으로는 교수 10여명의 외래 진료가 이뤄져야 했지만 진료실 앞 대기구역이 불 꺼진 채로 비어있었다. 환자로 북적이던 암병원 외래항암치료센터도 상대적으로 한적했다. 환자 안내 업무를 하는 병원 관계자는 "평소 3~4시간이던 대기 시간이 1시간으로 줄었다"면서 "휴진 영향으로 환자들이 적게 방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사태 장기화를 우려했다. 설암으로 투병 중인 남편과 병원을 찾은 정모(63)씨는 "중증 환자는 받아주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 입장에선 휴진 소식을 들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의사들이) 서로 밀고 당기기만 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안과 수술을 받은 아내와 내원한 박모(77)씨는 "원래 지난달 수술이었는데, 파업 영향으로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했다"며 "정부와 의료계 모두 고집을 부리며 환자들만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선 "휴진 때문에 예약이 한 달 정도 밀렸는데, 그때도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규 환자지만 암이라 마음이 급한데, 예약이 취소될까 두렵다" 등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졌다.
반면 교수들은 정부가 전공의 신뢰를 얻는 조치에 나설 때까지 계속 휴진한다는 입장이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교수들에게 사태를 해결하라고 하지만, 문제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전공의들을 상대해야 한다"며 "정부가 전공의 상대로 신뢰를 회복해 대화가 가능한 상황이 되면, 그때 휴진 중단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휴진하고 병원 본관에서 피켓 시위에 나선 한정우 소아혈액종양과 교수는 "봐야 할 환자가 있어 현실적으로 무기한 휴진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주기적으로 휴진하며 이렇게 우리 뜻을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함께 시위에 나선 소아청소년과 사직 전공의는 "많은 필수과 전공의들은 증원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돌아오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다"며 "한명이라도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을 때 정부가 (행정명령 취소로) 전공의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초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방침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7월 중으로 (발표하도록) 전공의 처분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되도록 전공의들이 복귀하는 데 초점을 맞춰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휴진에 대해선 "수도권 주요 병원에서 또다시 집단 휴진이 강행된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세브란스병원의 집단 휴진 방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부분의 교수들이 끝까지 환자 곁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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