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독일 백신 CDMO 인수…“그룹 리밸런싱과 일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일의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그룹 차원의 사업 구조조정(리밸런싱)이 한창인 가운데 밝힌 투자 소식이다. SK그룹이 5개 계열사로 나뉜 바이오 사업 중 힘을 실을 곳과 정리할 곳을 가지치기하는 모양새다.
독일 CDMO 기업 품은 SK바사
SK바이오사이언스는 27일 독일 클로케 그룹과 자회사 경영권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CDMO 전문회사인 IDT 바이오로지카의 지분 60%를 약 3390억원에 취득하는 내용이다. 클로케 그룹은 IDT 바이오로지카 지분 40%를 유지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1.9%를 약 76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1921년에 설립된 IDT 바이오로지카는 백신·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CMO)·개발(CDMO)하고 있으며 미국 암젠, 벨기에 얀센, 일본 다케다 등 10여개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팬데믹 기간이던 2022년에는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며 역대 최대 매출(약 4660억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신규 고객 확보와 공장 가동·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IDT 바이오로지카의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리고 영업이익률을 2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이번 인수는 회사의 새로운 성장축을 마련하고 핵심 사업과 제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투자 대비 높은 사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가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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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바이오 사업 ‘선택과 집중’
SK그룹의 제약·바이오 계열사는 크게 5개로 나뉜다. 최태원 회장의 SK㈜ 계열인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산하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가 있다. 이중 SK팜테코는 SK바이오텍, 이포스케시 등 4개 자회사를 갖고 있다. 이들 바이오 계열사는 서로 다른 지배구조 아래 독립경영 체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중복 사업이 있어도 통합·정리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SK그룹이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그린·바이오 등의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장 역시 중복 투자와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어 바이오 사업군도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IDK 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한 것은)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흐름과 일치한다”며 “리밸런싱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지만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를 적절하게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사업은 그룹 차원에서 국민과 약속한 것처럼 다음 팬데믹을 준비하는 의미에서도 포기하기 쉽지 않다. 진정성을 갖고 계속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바이오의약품 CDMO인 SK팜테코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SK팜테코의 미국 버지니아 공장 매각설이 제기되자 SK㈜는 “아무것도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사업 운영 일환으로 다양한 옵션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SK팜테코의 생산 설비뿐 아니라 지분 매각을 통해 바이오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각 사별 운영 상황과 투자 전략 점검,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을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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