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신경전…SK하이닉스 “경쟁사 HBM 기술 1도 안 넘어와”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최근 석달간 1억 달러(약 139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 중인 마이크론이 이례적으로 HBM 매출을 구분해 발표함으로써 HBM 업체들의 신경전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2024회계연도 3분기(3~5월)에 매출 68억1000만달러(약 9조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82%, 전분기보다 17%가량 증가했다. 순이익은 3억3200만 달러로, 매출과 주당 순이익(0.62달러) 모두 월가 전망치(66억7000만달러, 0.51달러)를 웃돌았다.
마이크론 측은 최근 인공지능(AI) 붐에 따라 데이터센터 관련 수익이 전분기보다 5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3월부터 대량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하며 발생한 HBM 매출을 이례적으로 따로 밝히며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강조했다. 올해와 내년도 HBM 물량을 완판했다면서 향후 HBM 매출에 대해 “2024년엔 수억 달러, 2025년엔 수십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은 메모리 반도체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시스템 반도체와 결합한 패키징을 거쳐 AI의 대규모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도록 돕는 ‘AI 가속기’로 판매되고 있다.
HBM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9%,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캐파(생산능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닛케이아시아 등에 따르면 미국·대만·일본에 이어 말레이시아에도 HBM 생산 공장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내년 말까지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3배 수준인 24~26%로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계획도 밝힌 상태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에 힘입어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마이크론 측은 이날 다음 세대 HBM인 HBM4와 HBM4E 생산에서도 리더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이크론이 실적을 발표한 직후 SK하이닉스는 자사 뉴스룸에 HBM 설계 담당 박명재 부사장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HBM 1위 업체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부사장은 “고객 관계, 품질 측면에서 계속해서 혁신을 시도하면서 마침내 HBM 1위의 지위를 확실히 인정받았다”고 강조하며 “압도적인 성능과 특성을 앞세운 HBM3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했고, 올해 3월에는 HBM3E 양산에 이어 고객에게 가장 먼저 제품을 공급했다”고 했다.
박 부사장은 또 “설계 검증의 혁신을 거듭하면서 제품 설계의 완성도를 높이고, 개발 및 양산 초기부터 고객사와 협력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특히 패키지, 미래기술연구원 등 구성원 모두가 ‘원 팀’이 돼 기술 혁신에 매진해 온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12월 세계 최초로 HBM를 세상에 내놓은 이후 꾸준히 엔비디아와 협업하며 HBM 기술력을 키워왔다. 6세대 HBM인 HBM4의 양산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내년에 시작할 계획이다.
박 부사장은 반도체 업계에 퍼진 삼성전자 인력 영입설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얼마 전 경쟁사의 HBM 팀이 당사로 넘어와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 무근 루머가 있었다”라며 “(HBM은) 15년간 구성원들이 피땀 흘려 쌓은 기술력의 결실”이라고 했다. 이어 “SK하이닉스의 HBM은 명확히 우리 자체 기술”이라며 “경쟁사에서 HBM 설계 조직에 들어온 인력은 단 1명도 없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소문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이 대단하기에 치른 유명세”라는 게 박 부사장 설명이다. 그간 삼성이 HBM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친 데 대해 전담개발팀 해체설이 있었고 여기에 삼성 측이 ‘팀 해체는 없었다’고 반박해왔는데, SK하이닉스가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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