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연 PD “‘대탈출’ 고점과 싸우는 느낌… 또 다른 레전드 나올 것”

정진영 2024. 6. 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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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연 PD. 넷플릭스 제공


“‘대탈출’의 고점과 싸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실패는 사람들이 다 잊거든요. (시청자들이) 본인한테 제일 좋았던 걸 기대하기 마련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힘들긴 한데 어떻게든 이겨낼 거예요. 앞으로 여러 방향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할 거니까 ‘대탈출’ 레전드 에피소드에 도전하는 에피소드들이 (‘미스터리 수사단’에서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넷플릭스에서 ‘미스터리 수사단’을 공개한 정종연 PD는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어드벤처 추리 예능계의 대부로 불리는 그인지라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그의 전작들과의 비교를 피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 PD는 늘 전작보다 한 걸음 더 나가는 시도를 하려 한다고 했다.

'미스터리 수사단'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미스터리 수사단’은 과학적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사건들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어드벤처 추리 예능이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여러 공간을 오가며 주어진 상황을 풀어나간다는 점에선 그의 전작인 ‘대탈출’과 비슷해 보이지만, 출연진들이 풀어야 하는 게 자물쇠나 퍼즐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

이런 변화를 준 이유에 대해 정 PD는 “뜬금없이 퍼즐을 만나게 되면 오히려 세계관에서 빠져나오게 되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는 생생한 상황에 더 가깝게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려면 이런 요소를 서서히 없애야 스토리 자체에 몰입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이 (프로그램 속) 문제로 보지 않고 모험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저를 ‘추리 예능’ PD라고 하지만 저는 추리보다는 체험, 어드벤처에 초점을 맞추는 PD”라고 덧붙였다.

'미스터리 수사단'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그가 ‘미스터리 수사단’을 통해 새롭게 시도한 건 또 있다. 연령대를 낮춘 출연진 구성이다. 이용진, 존박, 이은지, 혜리, 김도훈, 카리나가 한 팀을 이루도록 구성했다. 어드벤처 추리 예능의 주 시청층 나이가 낮은 반면, 예능 출연진은 고령화된 상황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다. 그래서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는 한편 기존에 예능 출연이 많지 않았던 김도훈과 카리나를 배치했는데, 시청자들 반응도 좋았다. 정 PD는 “두 사람 다 너무 잘했는데, 김도훈은 너무 몰입을 심하게 해서 시한폭탄 같았다. 사고가 날까 봐 걱정하며 봤는데,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았다”고 말했다.

정종연 PD. 넷플릭스 제공


시청자들 사이에선 ‘미스터리 수사단’이 회차별 길이가 짧고 에피소드 2개로 마무리된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정 PD는 “‘대탈출’은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혹시 ‘대탈출’을 다시 하게 되더라도 에피소드는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차라리 에피소드를 적게 하고 빨리 다시 시작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출연자나 시청자께는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가져가기 위해 생각해본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PD는 “늘 머릿속에 새 에피소드에 대한 아이디어는 있다”며 “다만 제작비가 감당되느냐가 문제다.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태호, 나영석 PD와 함께 ‘믿고 보는’ PD의 반열에 오른 정 PD지만, 잘하는 것 말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의식은 늘 있다고 했다. 처음 두뇌 서바이벌, 어드벤처 추리 예능을 시작했을 때는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정 PD가 유일했지만, 지금은 다른 PD들의 시도도 하나둘 이어지고 있다. 정 PD는 “(다른 PD들도 하니까) 제3의 새로운 걸 만들고 싶은 마음은 늘 있다. 남들이 안 하는 장르를 하고 싶다”며 “시대가 바뀌어서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내가 좋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걸 잘 만들려고 한다. 1위도 좋지만 다음 시즌이 제작되는 게 더 좋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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