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적·다목적 공간 많은 교회, 사람들이 오고 싶은 곳 될 것“
다음세대·지역사회 품는 교회건축 방향 모색
급변하는 시대 속 건축 트렌드도 확인
한정된 자원이더라도 교회 건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교인들의 영성을 더 깊게 만들 수도 있고 지역사회 및 다음세대와 소통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27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2024 국민일보 교회건축 세미나’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세미나는 국민일보(대표 김경호)가 주최하고 국민일보교회건축자문위원회(회장 윤승지 규빗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주관했다. 올해 주제는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교회 건축’이다.
김경호 사장은 인사말에서 “1년에 한 번씩 건축 전문가들과 목회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같은 세미나로 교회 건축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세미나에는 장의자, 강대상 같은 예배당 내 중소형 가구부터 음향·영상 시스템, 인테리어, 설계·건축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섰다. 이들은 교회의 본질적인 기능은 한층 강화하면서도,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부응하는 교회가 되기 위한 교회 건축과 공간, 자재 활용법 등을 자세히 안내했다.
윤승지 회장은 “교회건축에도 AI 기술은 혁명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정확한 예측만이 생존확률을 높인다”며 “AI 시대 앞으로 어떻게 교회건축을 해나갈지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역설했다. 그는 “교회에 중립적, 다목적 공간이 많아질수록 교회 건물은 주일뿐 아니라 일주일 내내 사람들이 오고 싶은 곳이 된다”며 “소형교회도 공간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충분히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에 따르면 한 교회의 경우 과거 교회 건물이 주민의 인근 공원 접근성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길을 터주고 일부 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 공유하며 편의를 제공한 결과 800여명이 출석하던 교회가 5000여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이선자 예일건축디자인그룹 대표는 교회 내 각 구성원의 요구와 문화 요소를 접목한 교회 인테리어 사례를 소개했다. 세대별로 다른 관심사에 따라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소극장 형태의 공간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청소년을 위한 스포츠 공간 등을 조성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문화와 접목된 교회 인테리어는 교회와 지역사회의 유대를 강화하고, 교인들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각 부서의 공간 배치를 감성적으로 조성하면 교인들은 아름답고 편안한 환경에서 예배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교인들의 신앙생활과 부서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예배 공간으로 청년 세대의 관심을 끌 방안도 제시됐다. 실내 건축 전문가 배수경 더아너스 대표는 소모임 프로그램에 캠핑 문화를 융합해보자고 제안했다. 로마 시대 그리스도인들이 종교적 핍박을 피해 예배드렸던 장소 카타콤을 현대식 캠핑 텐트로 재해석, 재현해보자는 것이다. 그는 “캠프장 텐트 예배는 경험과 체험을 중요시하는 청년 세대에게 매력적인 방식일 수 있다”며 “세속과 구분된 텐트 안 공간은 안정감 속에서 더 깊은 영적 체험을 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김태현 tBD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내년 부활절 입당을 목표로 건축 중인 대전 오메가교회 사례를 제시하며 현대 교회 건축의 흐름과 패러다임을 소개했다. 이 교회 건물은 지역사회, 다음세대와의 소통에 초점을 맞춰 위계와 방향성이 없는 유연한 상자 형태의 공간 디자인을 구현해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야 그들과 하나가 될 수 있을지 교회가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며 “점점 탈종교화하는 현실에서 교회 건축이 누구를 위한 공간이어야 하고 어때야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임혁순 성애성구사 부사장은 예배당 공간에 따라 예배 집중도를 높여줄 가구 선택과 배치 방법을, 최환석 빛사운드 대표는 효과적인 음향 시스템 설치법 등을 안내했다. 양민수 아벨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교회 건축을 어떤 자세로 바라봐야 공공성을 높이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교회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찰했다. 이현정 사닥다리종합건설 디자인총괄이사는 교회 고유의 이야기를 담은 브랜딩과 건축 디자인의 중요성을 이야기했고, 강준일 엘림종합건설 대표는 시공사의 평판조사를 선행하고 꼼꼼히 견적서를 비교해보며 시공 비용의 적정성을 따져보는 등 올바른 시공사를 선택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강원도 태백에서 온 박한성(58) 황지남부교회 목사는 교회건축위원회 교인들과 세미나에 참석했다. 박 목사는 “교회 건축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러 왔다”며 “교회 건축에 대한 시각이 더 넓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교회 건축위원장 권오종(64) 장로는 “인구감소, 고령화에 대한 고민이 큰 시골교회로서 교회 공동체와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미래 미전, 정보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면서 “교인들만 모이는 공동체를 넘어 지역사회와 교회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 소통하고, 주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할 교회에 대한 비전을 얻어 간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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