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터질 위험지역인데…산림청, 주민 대피소로 지정"
장마철을 맞아 산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산림청이 산사태 예방 대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감사원이 발표한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난 대비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산사태 취약 지역의 75%가 산사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선정되지 않거나, 산사태 위험구역 안에 있는 공중 시설을 주민 대피소로 지정하는 등 대피 체계도 소홀했다. 감사원은 “산사태 위험조사를 형식적으로 하거나 예방 사업 우선순위를 임의로 지정해 인명피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의 63.3%가 산림 지역인 우리나라는 집중 호우가 쏟아지는 여름철이 되면 산사태가 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국내 산사태 발생 건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2020년 전후로 껑충 뛰었다. 2018년까지 한해 산사태 발생 건수는 대체로 500건을 넘지 않았는데, 2019년 1644건으로 오른 이후 2020년대 들어 한 해 평균 2500건 이상 산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기초조사 용역에 맡기고, 주먹구구식 선정”
위험한 곳부터 진행됐어야 할 사방사업(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물길 관리 등 구조물을 설치하는 사업)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산림청이 사방사업을 취약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실시해온 결과 2022년 말 기준 취약지역 2만 7766개소 중 사방사업이 실시된 곳은 25.2%(7008개소)에 그쳤다고 밝혔다. 취약지역의 75%가량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는 것이다.
대피해야 할 위험지역에 대피소 지정
대피체계에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산림청은 취약지역 주민 대피 체계를 구축하면서 대피소 2만 5384개소를 지정했는데, 이 가운데 8.5%(2164개소)가 산사태 시 토사물이 쏟아질 수 있는 위험구역 내에 있었다.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산사태 우려 지역에 대해서는 대피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산사태 우려 지역 내에 토사물이 쏟아질 수 있는 위험 구역은 5만 5661개소다.
지난해 7월 경북 등지에서는 동시다발적인 산사태가 발생해 26명이 사망했다. 당시 인명피해가 발생한 13개 산사태 지역 모두 사방사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11개 지역은 취약지역으로도 지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국내 산사태 문제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실상 모든 산사태를 대비할 수는 없지만,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곳에 대해서는 예방에 집중해야 하는데 산림청은 그동안 사후 대응에 집중해왔다”며 “산사태의 예방과 대응을 통합해 지휘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림청 “취약지역 외 피해 우려지 대피소 정비”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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