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쌤’도 금지… 北, 남한 사상문화 차단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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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남한 문화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근거로 한국 영화를 유포한 주민을 공개 처형했다는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이 나왔다.
이 탈북민은 "가장 마지막으로 (공개처형을) 목격한 것은 지난해 2월 채소밭에서"라며 "처형 대상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어긴 사람들과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인한 대상자들"이라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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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영화 유포 20대, 공개처형”
탈북민 “생활용품 모두 중국산, 핵은 그렇게 많이 만들면서”
북한 당국이 남한 문화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근거로 한국 영화를 유포한 주민을 공개 처형했다는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이 나왔다. 또 ‘아빠’ ‘쌤(선생님)’ 등 남한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도 금지하는 등 일상생활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가 27일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이 차례로 제정된 후 주민들의 남한 문화 접근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심해졌다. 북한인권보고서는 북한이탈주민 대면 증언 등을 기초로 작성되며 이번 보고서에는 총 649명의 증언이 담겼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반사회주의 사상문화의 유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최대 사형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다. 황해남도 출신 한 탈북민의 증언에 따르면 2022년 22세 농장원이 남한 노래 70곡을 듣고 영화 3편을 본 뒤 7명에게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됐다.
이 탈북민은 “가장 마지막으로 (공개처형을) 목격한 것은 지난해 2월 채소밭에서”라며 “처형 대상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어긴 사람들과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인한 대상자들”이라고 증언했다. 이밖에 결혼식에서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거나 신랑이 신부를 업는 행위 등을 반동사상으로 규정하고 주민들에게 교육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남한식 말투와 호칭을 금지하는 평양문화어보호법에 따라 ‘아빠’란 단어도 사용하지 못하게 단속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북한에서는 아빠라는 말 대신 ‘아버님’ ‘아버지’를 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탈북민은 “손전화기를 들고 걸어가면 단속원들이 다 뒤져보는데 주소록에 ‘아빠’라고 쓰면 우리식이 아니라고 단속한다”고 말했다. ‘쌤’이라는 단어와 혈육이 아닌 연인 관계에서의 ‘오빠’라는 단어 사용도 단속 대상이다.
지난해 동해에서 목선을 타고 넘어온 탈북민 A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에 아는 지인 1명은 공개처형, 2명은 처형을 위해 재판을 받았다”며 “남한 드라마를 보다 걸리면 총살 당하는 일이 많아졌기에 이전보다 보는 사람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자신이 쓰던 생활용품들이 모두 중국산인 것을 알고 김정은 정권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A씨는 “핵을 그렇게 많이 만드는데 일상 생활에서 쓸 수 있는 건 만들지 않고 뭘했는지 싶다”며 “먹고살기 힘들게 하니까 (주민들 사이에서) 인식이 나빠도 그냥 나쁜 정도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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