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R&D 예산 1년만에 원복..."AI반도체·첨단바이오·양자 집중 투자"

홍상지 2024. 6. 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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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24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예산이 대폭 삭감됐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 전 수준을 조금 웃도는 규모다.

박상욱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2025년도 R&D 재원 배분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제9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총 24조8000억원으로 올해(21조9000억원)보다 2조9000억원(13.2%) 증액됐다. 과기정통부는 이 금액이 역대 최대 규모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기 전인 2023년(24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1000억원 늘어난 ‘턱걸이’ 증액안이라는 평가가 많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정 여력이 정말 없는데도 최선을 다해 큰 폭으로 증액한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에서 편성할 일반 R&D 예산 등이 추가되면 R&D 예산 총 규모는 30조원에 육박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박경민 기자

이게 왜 중요해


올해 R&D 예산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이후 대폭 줄었다.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은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었다. 낡은 R&D 관행과 비효율을 걷어내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이후 연구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국내 한 이공계 분야 박사후 연구원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 후 급여가 30% 줄었지만 주변에 당장 나가게 된 연구원들도 많아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줄어든 연구비가 국내 연구진들 생계에 정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4월 대통령실은 내년도 R&D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7일 확정된 증액안이 나온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이 단순 복원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부터 선도형 R&D로의 체질 전환이라는 큰 정책 방향 하에 R&D 예타 제도 폐지, 혁신·도전형 R&D 지원체계 구축, 출연연 공공기관 해제, 글로벌 R&D 제도개선 등 R&D 투자시스템 개혁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지원 방식을 재정비한 후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 편성한 예산안이라는 의미다.


늘어난 예산, 어디에


정부는 우선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기술 등 세 분야에 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AI 반도체 분야(1조2000억원)는 차세대 범용인공지능(AGI), AI 안전기술 등 현재 빅테크 주도 AI 생태계 한계를 극복하고 판도를 뒤바꿀 차세대 AI에 집중 투자할 예산이다.

첨단바이오 분야(2조1000억원)에선 디지털 바이오 육성기반과 바이오 제조 핵심기술 투자를 강화한다.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는 양자 기술 분야(1700억원)는 글로벌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고 핵심기술 확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예산 삭감의 여파가 가장 컸던 기초연구 분야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9400억원이 책정됐다. 내년에는 도약 연구를 신설해 우수 성과자의 후속 연구를 지원하고, 개척연구를 통해 새로운 분야 연구를 할 수 있게 했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조선학 과기정통부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젊은 연구자 대상 투자 규모는 1300억원 규모 증액됐고 석사과정생에 대한 연구장려금도 600개 과제에서 1500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대규모 예산 삭감 사태를 겪은 정부출연연구기관에는 2조1000억원 가량을 투입한다.

박경민 기자


지난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우주 탐사·차세대 발사체 등 우주 경제 투자, 소형 원자로·무탄소 에너지 생산 기술 등 미래 에너지 수요 대응에도 3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주요 R&D 예산은 기획재정부 검토와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학계 반응은


과학계에서는 일단 내년도 R&D 예산이 지난해 수준으로 복원된 데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해당 예산이 신진 연구진과 대학원생 등 올해 삭감된 예산으로 가장 타격이 컸던 이들의 연구 환경까지 ‘복원’해 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명호 과학기술노동조합정책위원장은 “아직 정부가 대략적인 예산 규모만 공개하고 세부 예산 내역은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라, 이 금액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배분이 될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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