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상속세 개편, 7월 공개”…'미세 조정' 힘 받는 까닭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장 시급한 세제 개편은 상속세다. 7월 말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담겠다”고 말했다. 상속세 개편의 시점을 못 박은 상황에서 개편 폭이 관심을 끈다. 대수술보다 ‘미세 조정’에 가까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 부총리는 2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최한 편집인 포럼에서 “전체적으로 우리 상속세 부담이 높은 수준이고, 현재 제도를 20년 이상 개편하지 않은 만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7월 세법 개정안에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법인세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상속세를 1순위 개편 과제로 꼽았다.
기재부가 현실적으로 검토하는 1순위는 상속세 공제 한도 완화다. 현행 상속세 적용 기준은 10억원이다. 1997년부터 공제 한도(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 최소공제 5억원) 초과분에 과세해왔다. 기재부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와 상속세 개편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상속세 공제 한도를 상향하고, 가업 상속 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안에 공감했다.
기재부가 상속세 공제 한도 완화에 집중하는 건 ‘중산층’ 세 부담 완화와 맞닿아 있어서다. 이미 서울 아파트값 평균 거래가가 10억원을 넘긴 상황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상당수가 상속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빠른 개편 효과를 내려면 세율까지 건드리는 식으로 세제 틀을 크게 흔드는 것보다 ‘원 포인트’로 공제 한도부터 올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야당도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국세청 차장을 지낸 임광현 민주당(기재위) 의원은 “초(超)부자 상속세 감세보다 집값이 올라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미세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속세 최고세율을 내리는 건 쉽지 않다. 2000년부터 유지한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30억원 초과 땐 50%다.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상속할 때 최고세율은 60%에 달한다. 다만 상속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과세 대상이 많지 않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언급한 것처럼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내리는 안은 야당의 ‘부자 감세’ 공세와 정면충돌할 수 있다.
상속세 부과 방식을 현행 유산세(피상속인 기준)에서 유산 취득세(상속인 기준)로 바꾸거나 자본이득세(상속인이 재산을 물려받을 때가 아니라 해당 재산을 매각할 때 발생한 이익에 과세)를 도입하는 안은 50년 만에 대수술이라 더 어려운 과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제 개편의 난이도만 따진다면 공제 한도 완화가 가장 쉽고 상속세율 완화, 유산 취득세 도입, 자본이득세 도입 순으로 까다롭다”며 “상속세율 조정도 쉽지 않은데 사실상 상속세를 폐지하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건 공사가 크다”고 말했다.
종부세 완화를 꺼내 들었다가 최근 속도 조절에 나선 야당이 (종부세보다) 상속세 완화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범야권이 국회에서 192석을 차지하는 만큼 세법을 개정할 때 야당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서다. 7월 세법 개정안에서 상속세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기보다 미세 조정하는 안이 힘을 받는 이유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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