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메이트' 용인한 국힘 선관위... 계파 간 '줄 세우기' 가속화

곽우신 2024. 6. 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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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의원 등 반발에도 '관례' 이유로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연대 용인... 이준석 효과?

[곽우신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1차회의에서 서병수 신임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러닝메이트를 표방하여 본인을 포함한 타 후보를 당선되게 하려 하는 것은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사실상의 '러닝메이트'로 치러지고 있는 현 전당대회 행태를 용인하기로 결정했다. 당 대표 후보를 포함해 당내 일각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으로 자리 잡은 당 대표 후보-최고위원 후보 사이 조력을 허용한 셈이다. 유력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줄 세우기'를 공식적으로 허락한 모양새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닝메이트 표방 가능, 국회 보좌진 캠프 참여도 가능"

서병수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7일 오후 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에서 "당 대표 최고위원 러닝메이트 관련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후보가 있어서 논의를 했다"라며 "당헌·당규상 선거 운동이라 함은 당선되거나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선거 운동 관련해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및 당헌·당규상 할 수 없는 선거 운동과 관련된 내용만 명시하고 있다"라며 "따라서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러닝메이트를 표방하여 본인을 포함한 타 후보를 당선되게 하려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을 했다"라는 결론이었다.

그는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을 포함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에 적용되는 구체적 금지 사항도 논의를 했다"라며, 우선 "후보자 선거대책위원회 참여 금지는 후보자 캠프 직책으로 활동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다"라고 정리했다. "후보자 지지선언 및 기자회견 등 배석 금지는 조직적 공개적 지지 행위와 선거 승리 기원 및 업적 홍보 내용의 발언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설명이다.

"또 후보자 후원회 참여 금지는 후원회장 등 후원회의 직책을 갖고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단순히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은 가능하다"라고도 밝혔다. "따라서 당원인 국회 보좌진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의 캠프 참여가 가능하다고 판단을 했다"라는 이야기였다.

윤상현 "러닝메이트는 야합" vs. 서병수 "후보자는 선거운동 가능"

앞서 당 대표 후보자 중 한 명인 윤상현 국회의원은 지난 26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러닝메이트는 구태정치, 줄세우기"라며 "전당대회에 출마한 대표 후보가 최고위원들까지 선정해 함께 출마하는 소위 러닝메이트는 야합이자 당의 단합을 깨트리는 정치의 고질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7일에도 "한동훈 캠프에 현역 의원이 보좌진을 파견한 것이 당헌·당규위반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당 선관위가 관련 논의에 착수한다고 한다"라며 "한 전 위원장이 장동혁, 박정훈, 진종오 의원을, 원 전 장관은 인요한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았는데 각자가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고, 특히 사회 초년생들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줬다는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러닝메이트 관계를 표명하는 것 자체가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 수준을 넘어 본인의 선거운동이 동시에 러닝메이트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한 선거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또한 "국회의원의 보좌진 파견 역시 해당 국회의원이 자의로 보좌진을 파견했고, 해당 보좌진이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이상 파견한 국회의원 본인이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하는 것과 동일하게 판단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당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윤 의원 측의 유권해석 요청을 사실상 기각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권성동 "관행이란 이유로 당규 위반?" vs. 서병수 "과거 관행도 존중"

권성동 국회의원 역시 26일 "여러 의원들은 공개적 혹은 물밑으로 각 캠프에 결합하여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라며 "특히 의원실 보좌진을 선거캠프에 파견하는 것은 특정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지 행위"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명백하게 당규가 있지만 모두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위반해 버리고, 귀찮다는 이유로 개정도 하지 않는다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당규 제34조를 준수할 것인지, 아니면 삭제할 것인지 결론을 내주시라"라고도 촉구했다.

그러나 서 위원장은 "지금 우리 당헌·당규상에 사실 애매한 그런 조항들이 많이 있다"라며 "한편으로 보면 이게 우리 당헌·당규라고 하는 것이 우리 당내의 어떤 정치적인 행위를 위한 규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헌법이라든가 법률과 같이 엄밀하게 규정하지 못한 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여태까지 해왔던 관행이라든가 하는 것들도 우리가 존중을 해야 된다"라며 "고칠 것은 앞으로 고쳐나가야 되겠지만 과거의 관행도 존중을 했다"라는 이야기였다.

특히 "사실 러닝메이트라고 본인들이 지칭해서 이야기한 적도 없지 않느냐?"라며 "'우리는 러닝메이트로서 이렇게 나가겠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우리가 전당대회를 할 때에도 러닝메이트를 자칭을 해서 선거운동을 했던 사례도 있고, 그때 아무런 제재 조치를 하지 않았다"라고도 강조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러닝메이트', 이게 다 이준석 때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현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러닝메이트로 장동혁 박정훈 국회의원 등이 꼽히고 있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요한 김민전 의원과 '팀업'을 하는 모양새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친윤·비한' 대 '비윤·친한'의 구도로 짜이는 가운데, 사실상 계파에 따라 벌써부터 줄서기가 만연하고 있다. 그 사이에 있는 나경원·윤상현 국회의원은 이 같은 러닝메이트를 거부하고 있다.

이전 전당대회에서도 특정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자가 연결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당원들 역시 당 대표 후보에게 투표하면서 그와 친한 혹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최고위원 후보자들에게까지 함께 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독 '러닝메이트'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이준석 효과'이다.

앞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과의 불화 끝에 사실상 대표직에서 축출됐다. 당내 우군이 많지 않았던 이준석 전 대표는 특히 지도부인 최고위원회 안에서 포위되는 형국이었다.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으로 뽑힌 지도부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 위해 강제로 '비상사태'를 만들었다. 이준석 전 대표에게 반기를 든 최고위원들이 스스로 사퇴함으로써 지도부가 자체 붕괴한 것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 측에서는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본인의 당 대표 당선만이 아니라 최고위원회에서 함께 자신을 도울 '러닝메이트'가 절실하다. 반면에 친윤 그룹에서는 설사 '한동훈 당 대표'를 막지 못하더라도 최고위원회 내에서 최대한 자리를 확보해 유사시 그를 포위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있다. 이같은 계파 갈등 양상이 오래 전부터 자리 잡은 관행을 흔들면서 당헌·당규 해석 논란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 유권 해석을 내림으로써, 전당대회는 지금까지 으레 그래왔던 것처럼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 그리고 국회의원들 사이 합종연횡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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