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사이드 아웃2'의 흥행이 탐탁지 않다

최해린 2024. 6. 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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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인사이드 아웃2> , 디즈니식 인종주의가 여전히 아쉽다

[최해린 기자]

 
▲ 라일리와 친구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스틸컷
ⓒ 디즈니코리아
 
감정의 의인화라는 소재로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낸 2015년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했다. 이번에는 사춘기를 경험하는 주인공 '라일리'가 겪는 불안, 부러움 등 새로운 감정들을 내세워 전편과 차별화를 꾀했다. 이 속편은 로튼토마토 평점 92%를 기록하며 비평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어냈고, 전미·국내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기록하며 흥행 가도도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인사이드 아웃 2>가 전달하는 위로의 메시지와는 별개로, 이 영화의 성공은 탐탁지 않다. 그 이면에 숨은 디즈니·픽사의 인종주의 때문이다.

지난 5월 30일, 블룸버그지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회장 짐 모리스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보다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리스 회장은 2021년 영화 <루카>나 2022년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등을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작품 예시로 언급한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이탈리아계·중국계 인물을 다룬 '비 영미권 이야기'다. 그리고 둘 다 기반 IP나 전작이 없는 '오리지널 영화'이기도 하다. 모리스 회장의 이러한 선언은 기존 영화들의 속편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고, <인사이드 아웃 2>는 여지없는 그 첫 발짝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리스 회장의 논거에는 한계가 있다. 당장 2023년 영화 <엘리멘탈>은 한인계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지만 7억 3천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반면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스핀오프 <라이트이어>는 2억 2천만 달러의 미진한 기록에 그쳤다. 그런데도 모리스 회장이 픽사 운영에 있어 위와 같은 방향성을 제시한 이유에는 적잖은 인종주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미권 백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인사이드 아웃 2>는 대중 친화적이지만 아시아권 소녀를 내세운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국소적이라고 판단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백인을 인류의 기본 상태로 가정하는 이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관성적인 인종주의로의 회귀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스틸컷
ⓒ 디즈니코리아
 

이는 단연 픽사나 모리스 회장만이 가지고 있는 오류가 아니다. 영미권 미디어가 국제화되면서 관객들은 백인을 '기본형' 인간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그 외의 피부색을 가진 인물들은 '특수한' 인간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미디어 속에서 나타나는 특정 캐릭터의 '인종 교체'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마법사 캐릭터 '에인션트 원'은 원작에서 티베트계 인물이었으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백인 배우 틸다 스윈튼이 그 역할을 맡았다. 전형적인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의 예시다. 반면, 2023년 디즈니 실사영화 <인어공주>에서는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백인종에 가깝게 묘사되었던 인어공주 '에리얼'역을 맡았다. 후자는 '원작 파괴'라는 백래시에 휩싸였지만, 전자의 경우는 큰 논란 없이 흐지부지 넘어갔다.

이렇듯 <인사이드 아웃 2>를 비롯한 기존 IP·백인 주인공 스토리에 집중하겠다는 픽사의 결단은 관성적인 인종주의로의 회귀로 보인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픽사에 인종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있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그들의 결정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인사이드 아웃 2>에도 흑인과 아시아계 캐릭터가 나오지만, 그들의 역할은 주인공 라일리의 친구로만 국한된다. 픽사가 발표한 새 방향성에서, 이들에게 주인공의 역할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아직도 수많은 여자아이들은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면 '멋진 남자 주인공'에 이입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비백인 아이들은 '백인 주인공'에게 자신을 억지로 투영해야 한다. 문화적 다양성이 확장되어도 모자랄 2024년에 픽사가 이들의 목소리를 '자그마한 자전적 이야기' 취급한 것이 비겁한 결정으로 보이는 이유다.

대중문화는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픽사의 다음 슬레이트에 <인사이드 아웃 3>보다는 더 흥미로운 선택지가 생기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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