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1st] '김민재는 아무튼 안돼' 독일 매체의 옹고집, 근거 희박한 방출설 밀어붙이는 이유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민재가 바이에른뮌헨에서 입지를 잃을 거라고 전망하는 현지 매체는 비교적 소수다. 문제는 그 소수 중 축구전문지로 이름이 높은 '키커'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바이에른은 여름 선수단 개편이 한창이다. 이미 슈튜트가르트 멀티 수비수 이토 히로키 영입을 확정했고, 크리스털팰리스의 윙어 겸 공격형 미드필더 마이클 올리세도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파리생제르맹(PSG)에서 RB라이프치히로 임대돼 바이에른 상대로 맹활약했던 공격형 미드필더 사비 시몬스 영입까지 노리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 선수들의 방출도 적극 추진 중인데, 독일 '스카이스포츠' 등 현지 매체의 관측과 본지 취재 결과가 일치한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연봉 대비 활약상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대거 처분한다는 것이다. 팀내 고연봉자 중 영입한 지 얼마 안 된 해리 케인, 뱅상 콩파니 신임 감독이 활용 의사를 밝힌 리로이 자네, 마지막 1년을 앞두고 있는 노장 마누엘 노이어와 토마스 뮐러를 제외한 선수들이다. 세르주 그나브리, 킹슬리 코망, 요주아 키미히, 레온 고레츠카, 마테이스 더리흐트가 이 범주에 들어간다.
특히 바이에른이 보유한 세 스타 센터백 중 김민재를 제외한 두 명이 오퍼를 기다리고 있다. 더리흐트는 고연봉과 새 감독의 전술에 맞지 않는 점, 다요 우파메카노는 바이에른에서 지난 3년 내내 결정적인 순간 실수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확고한 주전은 아니다. 그리고 둘 중에서 콩파니 감독이 더 선호하는 선수는 우파메카노 쪽이다. 콩파니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의 제자답게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처럼 활동반경 넓고 빌드업 역량을 갖춘 수비수를 선호한다.
그런데 독일 일간지 '키커'는 유독 더리흐트, 우파메카노와 더불이 김민재까지 방출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바이에른에서 입지가 단단한 선수는 에릭 다이어 한 명뿐이라고 덧붙였다. 다이어가 지난 시즌 후반기 합류해 보여준 리더십을 높게 사면서 낮은 연봉과 후보 입지에도 만족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다이어가 주전이 될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고평가가 포함돼 있다.
이처럼 '키커'가 한결같이 김민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건 매체 성향을 볼 때 예상할 수 있던 일이다. 이 매체는 김민재 영입 이전에도 한결같이 더리흐트를 지지하고 우파메카노를 비판하는 쪽이었다.
이 매체의 바이에른 담당 기자는 지난해 여름 본지와 만나 "바이에른 수비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감을 우선시한다는 시각을 밝힌 것이다.
'키커'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축구전문지로서 자리 잡아 선수 및 구단에 대한 권위 있는 평가를 내는 매체다. 일반적인 스포츠 신문이 취재를 기반으로 특종을 노린다면, '키커'는 비평지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스포츠지로는 특이하게 매체 차원에서 비평의 기준을 함께 정하고 각 기자가 이에 맞춰 선수와 구단을 평가한다.
하지만 비평적 성격이 강하다고 해서 선진 축구이론을 앞서가며 받아들이는 쪽은 아니다. 독일은 축구이론이 빠르게 발달하는 나라지만 '키커'는 이에 대한 반응이 늦는 편이다. 오히려 축구 감독들의 전술 실험을 분석하고 언어로 정리하는 작업은 수년 전까지 큰 인기를 모았던 '슈필베어라거룽'과 같은 블로그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블로그의 운영자 르네 마리치는 원래 아마추어 지도자였는데, 전술 분석글에서 보여준 식견을 인정받아 프로 지도자가 됐고 다가오는 시즌에는 바이에른에서 콩파니 감독을 보좌할 예정이다. 보통 미국 야구나 농구 등의 스포츠에서 보이는, 인터넷에 나름의 분석을 올리는 마니아가 코치로 채용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흐름에 비하면 '키커'의 접근법은 좀 더 보수적이다.
결국 '키커'는 선수가 전술적으로 새 감독의 구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또 세계적인 트렌드에 얼마나 맞는지 그리 중시하지 않는다. 그보다 '수비수의 단단함'과 '공격수의 파괴력'같은 전통적이지만 다소 추상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선수를 평가한다. 시즌 내내 김민재를 저평가했던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을 제외한 여러 매체는 막스 에베를 단장, 콩파니 감독 등의 의중을 취재해 김민재는 새 시즌 구상에 포함돼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김민재가 지난 시즌 완벽한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콩파니 감독의 축구에는 한정된 역할만 완벽하게 해내는 선수가 아니라, 실수의 위험이 있더라도 더 많은 역할을 해내는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포지션에서 먼저 보강을 진행하느라 자금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은 센터백 요나탄 타 영입을 노렸으나 바이엘04레버쿠젠과 이적료 협상이 잘 되지 않아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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