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바꿔 쓴 北미사일?…군이 놓쳤나, 北 기만전술인가

강현태 2024. 6. 2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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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사진 공개하며 다탄두 기술력 주장
군, 엔진에 주목해 극초음속으로 분석
"초기 비행서 폭발…사진 조작 가능성"
초보적 다탄두 기술 점검이라는 평가도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사일총국이 전날 미사일 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우리 군이 지난 26일 새벽 발사된 북한 미사일을 극초음속미사일로 평가한 가운데 북한은 탄두부 형태가 다른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하고 나섰다. 이번 도발을 계기로 극초음속 기술이 아니라 '다탄두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는 게 북측 주장이다. 엔진 결함으로 미사일이 공중폭발했다는 우리 군 분석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북한의 기만·과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우리 군의 감시·추적·분석 역량이 미비점을 드러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미사일총국이 전날 미사일 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다탄두 개별목표 재진입체(MIRV)'로 일컬어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당 기술은 1~2단 엔진을 통해 미사일이 대기권에 진입한 후 정점고도에서 여러 탄두를 품은 후속추진체(PBV)가 별도 작동하는 기술이다. 다탄두가 저마다의 추진력을 가진 채 유도기능에 따라 별도 표적으로 날아가야 하는 만큼, ICBM 관련 기술 가운데서도 '끝판왕'으로 평가된다.

통신은 "분리된 기동 전투부들은 설정된 3개의 목표 좌표점들로 정확히 유도됐다"며 "미사일에서 분리된 기만체의 효과성도 반항공 목표 발견 탐지기들을 동원해 검증했다"고 밝혔다.

발사한 미사일에 3개의 탄두, 1개의 기만체를 탑재해 성능을 검증했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사일총국이 전날 미사일 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사일총국이 전날 미사일 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통신은 이번 도발이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1계단 발동기를 이용해 최대의 안전성을 보장하며 개별기동 전투부의 비행특성 측정에 유리한 170~200㎞ 반경 범위 내에서 진행됐다"고도 했다.

지난 1월과 4월 연이어 시험했던 고체 엔진을 적용해 시험발사를 진행하며 MIRV까지 점검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2일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인 '화성-16나형'을 발사한 바 있다.

우리 군이 전날 '극초음속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공중폭발했다'고 평가한 것 역시, 지난 4월과 엔진 추력 등이 유사하다는 데 착안한 분석 결과로 풀이된다.

우리 군이 '엔진'에 주목했다면, 북한은 '탄두부'에 무게를 두고 저마다의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결국 미사일이 '어떤 모자'를 썼는지, 즉 탄두부 모양이 중요하다는 평가지만 북한은 관련 사진 및 영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며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우리 군은 극초음속미사일으로 판단했던 최초 분석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북한의 기만전술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어제 발사한 미사일은 비행 초기 단계에서 폭발했다"며 "북한이 오늘 아침에 다른 내용으로 공개했는데 그것은 기만과 과장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오늘 북한이 공개한 것(사진)은 2023년 3월 16일에 발사한 화성-17형 액체형 ICBM과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다"며 "사진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미사일이 비행 초기 단계에서 폭발했다는 분석은 유지하면서도 극초음속미사일로 평가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이 실장은 '화성-17형과 외관이 유사하더라도 탄두부가 다를 경우 다탄두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에 "그렇게 한미 정보당국이 세부적으로 종합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북한이 초기 단계의 다탄두 기술을 시험한 것'이라는 민간 전문가들의 평가에 대해선 "한미 정보당국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지난번에 우주발사체도 실패했고 어제 발사체도 실패했다. 그에 대한 포장을 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연구센터장은 "(북한의 MIRV) 시험이 170~200㎞ 반경 내, 즉 대기권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직은 실제 ICBM에서 요구되는 고도에서 충분한 유도제어 능력을 갖춘 MIRV 시험을 모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기본적으로 북한이 개발한 ICBM에 탑재할 MIRV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고도에서 개발 중인 PBV 유도제어시스템 기술력을 검증하는 것이 1차적 목표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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