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핵무장론'이 불가능한 이유 세 가지

임병도 2024. 6. 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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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과학 핵실험만으로도 뭇매... 경제 수준, 외교 능력, 군사력 없인 어려워

[임병도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나경원 의원이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자체 핵무장'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나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북핵은 고도화되고 있으며, 북러 협력 등 국제정세도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견고한 한미동맹으로 억제력이 작동하고 있지만, 미래 안보 환경 변화까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 ▲평화를 위한 핵무장 ▲실천적 핵무장이라는 '나경원의 핵무장 3원칙'을 밝혔습니다. 

나 의원은 자신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면 (핵무장 3원칙을) 당론으로 정하고 당차원의 보다 세밀한 정책적 준비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전개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나 의원은 25일에도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합니다"라고 페이스북에 썼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합니다. 왜 가능하지 않은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NPT 탈퇴해야만 가능한 핵무장 

한국은 1975년 NPT(핵확산금지조약, Non Proliferation Treaty)에 서명한 국가입니다. NPT 1조에는 "핵무기 비보유국은 핵관련 무기 또는 장치를 제조, 획득, 관리하는 일을 어떤 방법으로도 원조, 장려 또는 권유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하려면 NPT를 탈퇴해야만 가능합니다. 현재 NPT 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국가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물론 국민의힘에선 2년 전인 2022년에도 NPT 탈퇴와 독자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왔습니다. 김기현,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도 똑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당시에도 국힘 의원 등은 NPT 10조에 "모든 체결국은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대한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북한이 NPT를 탈퇴할 때 내세웠던 명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93년 탈퇴 선언 이후 10년 동안 미국과 협상과 제재를 반복하다가 2003년에서야 완전히 탈퇴를 합니다. 단순히 NPT를 탈퇴 한다고 해서 핵무장이 가능한 것이 아니란 점을 시사합니다. 

참고로 핵 보유 인정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5개 나라가 유일합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외에 다른 핵보유국가들은 NPT 조약에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을 보유한 나라들은 인정한다'는 문구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허용될 뿐입니다. 핵개발에 성공한 인도와 파키스타는 NPT에 가입한 적이 없습니다. 

② 미국의 승인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하려면 반드시 미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나 의원은 한미간 협력을 통해 미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2022년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VOA'에서 주최한 특별대담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고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이 반대하는 이유 중에는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중국의 대북 지원이 증가하는 등 최악의 외교, 안보, 경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했을 때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사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일본과 중국, 대만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이 핵군비 경쟁에 휩싸이게 됩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핵무장이 본격화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해 줄 수 없는 이유입니다. 

③ 경제적 고립을 이겨낼 수 없다

문제는 더 있습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경제적으로 고립될 경우 경제가 초토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NPT 탈퇴 이후 경제 제재와 고립으로 수출, 수입이 모두 불가능해지면서 경제가 피폐해지고 무너진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파키스탄도 핵 개발과 동시에 국제적인 경제제재를 받았지만, 2001년 911테러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벌이면서 군사적 공조가 필요해 겨우 제재에서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9년 한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이 발생했을 당시도 국내 경제는 힘들었습니다. 그보다 많은 수십 개 국가가 일시에 무역을 중단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요?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4년 남핵 파동을 통해 이를 간접 경험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우라늄 분리 실험 등 과학적인 핵실험을 했을 뿐인데 IAEA의 추가의정서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외신들은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섰다"면서 연일 한국의 핵무장 위협론을 보도했고, 급기야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미국·캐나다·호주·영국·프랑스 등 대부분의 국가가 한국에 날선 눈초리를 보냈고 외교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각종 정상회담을 통해서 순수한 실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평화적 핵이용 4원칙'을 내세우며 겨우 사태는 진정됐습니다. 

당 대표 출마 이유로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다니... 
 
▲ 인사하는 나경원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차기 국민의힘 대표 선거 출마를 예고한 나경원 의원이 6월 2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세계백화점 내 일식집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나경원 의원이 핵무장을 꺼내든 가장 큰 이유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때문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 의원이 핵무장을 말할 때마다 외신들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는 외교적인 압박과 감시의 눈초리를 받게 됩니다. 

핵무장에 찬성하는 국민은 적지 않지만, 진짜 가능하려면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설사 나경원 의원이 여당 당대표가 된들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계 국가로부터의 고립과 제재를 감수하면서도 핵무장을 추진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하려면 최소한 중국과 일본의 견제와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경제 수준에 있어야 합니다. 또 유엔안보리 상임 이사국 정도의 외교적 능력도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미동맹이 무너져도 북한의 위협에서 이길 군사력도 갖춰야 합니다. 

나경원 의원에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이런 모든 요소들을 고려하고 '자체 핵무장'이란 말을 꺼낸 것인지를요.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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