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맞짱토론’…바이든·트럼프가 노리는 상대 ‘급소’는[美대선 토론 D-1]
미국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TV 토론장이라는 링 위에서 맞붙는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9~10월 있었던 두 차례의 TV 토론 이후 4년 만의 리턴매치다. 동시에 미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지는 전ㆍ현직 대통령 간 TV 토론이기도 하다.
이번 토론은 4년 전 1차 TV 토론 당시 트럼프의 ‘말 자르고 끼어들기’ 등 공격으로 진흙탕 싸움으로 흘렀던 것을 막기 위해 주어진 발언 시간이 지나면 마이크가 꺼지게 하는 등 막장 예방 규칙이 일찌감치 동원됐다. 바이든 캠프 측 요청에 따른 조치다.
1대1 진검승부…대선 레이스 본격 출발
두 사람은 또 90분간 사전 연설문과 준비된 자료 없이 펜과 백지, 물 한 병만 들고 무대에 오른다. 스튜디오 청중석은 통째로 비워둔다. 외부 변수를 최소화한 채 두 사람만 사실상 ‘발가벗은’ 채 링 위에 서 ‘1대1 진검승부’를 벌인다는 취지다.
대선(11월 5일)을 4개월여 앞두고 어느 때보다 빨리 TV 토론이 열리면서 대선 레이스의 본격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대개 TV 토론은 승패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보다 ‘집토끼(전통적 지지층) 지키기용’에 가깝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두 후보의 지지율 차가 오차범위 내 초박빙 판세인 데다 ‘역대급 비호감 대결’ 구도에서 지지 후보를 결정 못한 부동층이 많다는 점에서 TV 토론이 갖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이 많다.
‘TV 토론 생방송 볼 것’ 68%
토론 전날인 26일 공개된 AP통신ㆍ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20~24일 실시)에서 응답자의 68%는 TV 토론을 생방송으로 볼 것이라고 했다. 또 유권자의 74%는 이번 토론이 바이든 선거운동의 성공에 매우 혹은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했고, 트럼프에 대해서는 68%가 같은 답변을 했다.
같은 날 퀴니피액대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TV 토론 시청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가 73%에 달했으며, 지지 후보가 있지만 토론을 보고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이 16%였다. 이는 이번 토론에 상당수 유권자의 관심이 집중돼 있고 당락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도ㆍ부동층을 끌어안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바이든과 트럼프는 ‘90분 토론’에서 상대방의 급소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불꽃 튀는 공방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바이든 고령ㆍ인플레 집중공격 예상
토론장 왼쪽에 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고령 리스크를 비롯해 인플레이션, 이민 문제 등을 소재로 집중 공격을 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졸린 조’(Sleepy Joe)라고 부르고 바이든이 두 문장을 하나로 결합하지 못할 만큼 인지력 저하가 심각하다며 공격해 왔다. 이번에도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재차 수행하기엔 정신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물고 늘어질 공산이 크다.
기름값·식료품비와 같은 체감물가의 상승 등 ‘바이드노믹스(바이든 경제정책)의 실패’를 파고들 수도 있다. 경제는 핵심적인 표심 결정 요인으로 꼽히는데 상당수 조사에서 경제 이슈를 다룰 적임자로 트럼프를 꼽는 유권자 비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반면 바이든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을 성과로 내세우면서 트럼프의 소득세ㆍ법인세 감세 정책은 소수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고 역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 이슈도 트럼프 공격 소재
2016년 대선 때부터 이민 이슈를 핵심 어젠다로 삼았던 트럼프는 이번 토론에서도 이 문제를 부각할 게 확실하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남부 국경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아 죄수와 마약사범, 테러리스트 등이 미국에서 넘쳐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이며 합법 이민은 허용돼야 한다는 논리로 방어하면서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는 트럼프의 혐오 발언을 역공 포인트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 미국 외교의 난맥상을 공격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트럼프 약점 사법리스크 파고들 듯
바이든이 노리는 트럼프의 급소는 사법 리스크, 민주주의 위협 요소 등이다. 우선 트럼프가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것과 함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국가 기밀 유출 및 불법 보관 등 총 4가지 혐의로 형사 기소된 점을 거론하며 후보 부적합성을 적극적으로 부각할 태세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유죄 평결 이후 “미국 사상 처음으로 중범죄로 유죄평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라며 공격해 왔다. 자신을 향한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해 온 트럼프는 정치 탄압론을 재차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은 ‘트럼프=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려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이 다시 되면 임기 첫날은 독재하고 싶다” “내가 선거에서 지면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한 트럼프의 과거 발언 등을 두고 바이든은 “정치적 폭력을 조장한다”고 비판해 왔다. 최근 디트로이트 연설에서 바이든은 “2024년 위험에 처한 것은 우리의 자유, 민주주의다. 이건 절대 과장이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낙태권 이슈 놓고 ‘트럼프 책임론’ 펼 수도
여성 낙태권 이슈도 바이든이 공격 포인트로 삼을 듯하다. 2022년 6월 연방 대법원이 여성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자 바이든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때 만든 보수 우위 대법원이 여성의 권리를 제한했다며 트럼프 책임론을 제기했다. 공화당 대승이 예상됐던 2022년 중간선거 때 낙태권 이슈가 여성 유권자들의 ‘분노 투표’로 이어지면서 민주당 선전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바이든은 TV 토론에서 트럼프의 입장을 물고 늘어지며 해당 이슈에 대한 여성 유권자 주의 환기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낙태권은 주(州) 결정에 맡겨져야 한다는 원칙론을 들어 예봉에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애틀랜타=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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