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갈 길 먼 보험혁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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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파격적인 여행자보험을 선보였다.
사고 없이 무사 귀국하면 낸 보험료의 10%를 돌려주는 상품인데, 피해가 발생해야 보상이 뒤따르는 기존 손해보험체계에서는 없던 방식이다.
당국은 이 상품이 손해보험의 기본원리에 어긋날 소지가 있고 보험사 간 환급금 과당경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봤다.
무사고 시 보험료를 환급해주는 여행자보험은 손해보험의 기본 취지에서 비켜난 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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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파격적인 여행자보험을 선보였다. 사고 없이 무사 귀국하면 낸 보험료의 10%를 돌려주는 상품인데, 피해가 발생해야 보상이 뒤따르는 기존 손해보험체계에서는 없던 방식이다. 이 상품은 출시 1년이 된 현재 가입자 130만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경쟁업체들도 비슷한 상품을 선보여 소비자 편익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보험개혁회의에서 최근 이 상품군에 제동을 걸었다. 보험개혁회의는 보험산업 '혁신'을 위해 금융당국과 학계·연구원·협회 등이 지난달 출범한 협의체다. 당국은 이 상품이 손해보험의 기본원리에 어긋날 소지가 있고 보험사 간 환급금 과당경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봤다. 현재 진행 중인 당국의 적절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앞으로 이런 방식의 상품은 나오지 못한다.
최근 보험업계를 관할하는 관계 당국의 행보를 보면 은행·카드 등 타 금융업과 달리 혁신성 상품을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보수적이다. 카드 업계에서는 하나카드가 2022년 무료환전과 해외 결제·출금 수수료 무료서비스(트래블로그)를 선보인 이후 다른 카드사들도 관련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근엔 인터넷은행까지 가세해 소비자 혜택이 더욱 풍성해졌다. 이젠 해외여행 갈 때 현금 환전을 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은행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앞세워 모임통장·저금리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등의 서비스로 기존 시중은행에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업권에선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당국의 으름장에 못 이겨 내놓았던 상품이나 서비스를 돌연 취소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 1월 KDB생명보험은 '무심사 우리 모두 버팀목 종신보험'을 출시 일주일도 안 돼 판매를 접었다. 생보사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은 120%대로 후퇴했다. KB라이프생명은 최근 '노인요양시설 입소 우선권'과 연계한 종신보험을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보건복지부가 발목을 잡았다. 당국의 규제가 잇따르자 영업 현장에서는 '마감 임박'이라며 되레 절판마케팅으로 활용하기까지 했다.
물론 기업이 내놓는 모든 상품을 여과 없이 허용할 수는 없다. 시장 질서가 흐려지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당국의 역할이다. 다만 기업의 자율적 참여와 소비자 편익이 담보된다면 지금보다 고삐를 조금 느슨하게 잡아보는 건 어떨까. 아직 시장에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당국의 기침 한 번에 애써 개발한 상품을 눈치껏 폐기해야 하는 시장 분위기라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리 만무하다. 무사고 시 보험료를 환급해주는 여행자보험은 손해보험의 기본 취지에서 비켜난 점은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보험업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줄이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삐딱하게만 보지 않고 발전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에서 기업의 창의가 더욱 잘 발현될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혁신금융’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을 선보였다.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은 은행권의 예금·대출 비교 플랫폼과 달리 흥행이 저조하다. 보험료율 조정 실패로 보험사 개별 홈페이지가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올해 4월을 목표로 비교 플랫폼에 펫보험 출시를 서둘렀지만 7월까지 밀렸다. 보험사 간 이견을 조율하지 못해서다. 하반기부터는 보여주기식 혁신에 급급해하기보다는 금융사가 창의를 발현할 수 있도록 보듬어주는 혁신을 해보는 건 어떨까.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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