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아리셀 참사 키운 배터리, 매뉴얼 수립 없인 또 반복된다

유병돈 2024. 6. 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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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의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로 23명이 숨졌다.

24일 오전 10시30분 이 공장 3동 2층에 보관 중이던 리튬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은 급속도로 확산해 1분도 채 되지 않아 작업장 전체에 퍼졌다.

잠재적인 '화약고'인 화학공장에서는 매년 여러 화재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참사에서 볼 수 있듯이 리튬은 매우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성이 커지기 때문에 화재 진압에도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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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의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로 23명이 숨졌다. 24일 오전 10시30분 이 공장 3동 2층에 보관 중이던 리튬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은 급속도로 확산해 1분도 채 되지 않아 작업장 전체에 퍼졌다. 근처에 있던 작업자들이 몸을 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고, 결국 한국인 5명을 포함한 23명이 변을 당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최초 발화지역을 중심으로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감식을 진행하는 한편, 공장 관계자 등 5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다만,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될 이번 참사 역시 안전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임이 확실해 보인다.

잠재적인 ‘화약고’인 화학공장에서는 매년 여러 화재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의 경우 불이 붙으면 이번처럼 연쇄 폭발이 일어나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더군다나 이번 참사에서 볼 수 있듯이 리튬은 매우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성이 커지기 때문에 화재 진압에도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화학물질, 특히 금속의 화재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D급 소화기)에 대한 법적 기준조차 지난해에야 마련됐다. 지난해 ‘금수성 물질의 물과 접촉’으로 인한 화재 건수(28건)가 2013년(12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미봉책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리튬을 포함한 화학물질들의 쓰임새는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리튬만 해도 전기차와 휴대폰, 노트북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현대 전자기기와 전기설비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거의 리튬이온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즐비하다. 아리셀보다 더 큰 규모의 공장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형 공장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면 경제적·산업적 피해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 전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인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의 대사가 떠오른다. 백 단장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고요?”라고 묻는 한 선수의 질문에 “네, 고쳐야죠. 소 한 번 잃었는데 왜 안 고칩니까? 그거 안 고치는 놈은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라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화학물질의 안전성과 위험물 관리에 빈틈이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언정 화학물질로 인한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아리셀 공장의 배터리 보관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나 규정 위반이 없었는지도 철저히 파악해야 하겠지만, 제대로 된 안전 매뉴얼이 갖춰져야 할 시점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한 저장 및 취급 절차를 만들고, 화재 발생 시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소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이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는 사고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유병돈 사회부 사건팀장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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