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비만藥 시장 잡아라”… K바이오도 총력전

장은현 2024. 6. 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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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노디스크社의 ‘오젬픽·위고비’
체중감량 효과에 비만 치료제 열풍
전 세계 제약사들도 개발 뛰어들어


한 여성이 펜 형태의 주사를 자신의 배에 놓는다. 지난해 틱톡에 올라온 이 영상을 보면 당시 그의 몸무게는 96.4㎏. 이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나 여성은 다시 한번 배에 주사를 놓는데, 이때 몸무게는 81.2㎏이었다. 두 달 새 15.2㎏이 빠진 것이다. 그는 놀랄 만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었던 이유로 ‘비만 치료제 열풍’을 촉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을 들었다. SNS에는 지금도 이 여성의 사연처럼 당뇨병 치료제를 통해 다이어트 효과를 봤다는 인증 영상이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다.

비만 치료제 열풍은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약 1년 만에 체중을 13kg가량 감량했다고 전하면서 시작됐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공통적으로 ‘세마클루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하는데, 이 성분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을 모방해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식욕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위고비와 오젬픽으로 체중을 감량했다는 후기가 점점 퍼지면서 전 세계 제약업체들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비만 인구가 매년 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중저가 버전’ 비만 치료제가 개발되는 데 이어 국내 제약사도 개발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투자회사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이 올해 약 150억 달러(20조8800억원)에서 2030년 770억 달러(약 107조18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2030년 시장 전망치(약 75조1700억원)보다 42.6% 상승한 규모로 연평균 성장률이 31.3%에 달한다. 이는 비만 인구가 증가하는 데 따른 결과다. 세계 비만 인구는 2022년 10억3800만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억명을 돌파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비만 인구는 2030년 15억5600만명, 2035년 19억1400만명일 것으로 예측된다.

오젬픽·위고비의 대항마로는 미국 글로벌 제약기업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꼽힌다. 이 치료제는 임상 3상에서 72주 만에 비만 환자 체중이 2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았다. 젭바운드는 미국에서 지난해 11월 8일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한국에서는 2023년 6월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됐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2022년 4월, 지난해 4월 각각 비만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허가를 받았지만 글로벌 수요가 몰리면서 국내 출시가 미뤄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비만 치료제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오젬픽은 지난해 중국에서 7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오젬픽의 글로벌 매출에서 5%를 차지한다. 오젬픽은 2021년 중국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됐지만 SNS 인플루언서들이 이 약을 체중 감량 약으로 소개하며 ‘인터넷 유명인 체중 감량 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도 지난 5월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오젬픽과 위고비의 ‘중저가 버전’도 등장하고 있다. 이 둘은 한 달분 가격이 936~1349달러(131~187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다. 영국 과학 잡지 네이처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고가 브랜드 약품의 저렴 버전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인도 글렌마크 제약은 지난 1월 GLP-1 계열의 리라글루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리라핏’을 출시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판매하고 있다. 글렌마크는 보도자료를 통해 리라핏은 하루 약 100루피(1.20달러)로 기존 치료제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인도 제약사 바이오콘도 리라글루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지난 3월 영국 의약품 규제 당국으로부터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콘은 현재 세마글루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 HK이노엔, 동아에스티 등 국내 업체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의 비만 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2026년 상반기까지 임상 시험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 제품은 위고비처럼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 형태다. LG화학은 유전성 비만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인 ‘LB54640’의 임상 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달 17일부터 임상 2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17일 먹는 비만약 개발을 위해 자사주를 팔아 6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공시했다. 이후 나흘 만에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조8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급등했다. 삼천당제약은 경구용 GLP-1 당뇨·비만치료제로 개량신약 ‘SCD0506’의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제약사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올해 들어 일라이릴리의 주식을 5억7583만 달러(약 799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중 39위다.

서근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제까지 발표한 비만 치료제 임상 데이터를 보면 효과가 굉장히 좋은 것으로 확인됐고 그만큼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중요한 것은 국내 제약업체들이 기존 데이터를 능가할 만큼의 효과적인 비만 치료제를 선보일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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