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근로자, 병원 찾다 경기도까지…결국 ‘다리 절단’

전남 여수산단에서 안전사고로 골절상을 입은 근로자가 광주·전남 지역에서 응급수술 병원을 찾지 못하고 경기도 시흥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다리를 절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5시15분쯤 여수산단 사포2부두에서 근로자 A씨(51)는 오른쪽 다리가 컨베이어벨트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119구조대의 응급 처치를 받고 1시간이 지난 오후 6시20분쯤 여수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는 “수지 접합 전문 병원으로 이송해 수술해야 한다”고 판단해 여러 병원에 전원 조치를 요청했다. 전문 수술이 가능하고 가장 가까운 광주의 한 전문 병원에 수술을 의뢰했지만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경기도와 대구 등 전문병원을 물색한 끝에 오후 7시쯤에야 시흥의 한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A씨는 사설 구급차로 옮겨져 사고 발생 6시간 만인 오후 11시쯤 시흥의 병원에 도착해 다음 날 오전 혈관 접합 수술, 오후 골절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괴사가 진행돼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까지 절단해야 했다. 사고 이후 골절 수술을 받기까지 20시간이나 걸려 골든타임을 놓친 탓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일에는 시흥의 다른 병원에서 무릎 위까지 절단하는 2차 수술까지 받았다.

A씨와 가족들은 “전공의 이탈 등으로 가장 가까운 광주 대학병원에서 제때 받아주지 않아 절단까지 하게 됐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관계자는 “A씨가 다리 절단까지 하게 됐는데 병원 치료를 포함해 작업장 안전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