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폭염에 식중독 비상” 외식업계는 블랙컨슈머에 속앓이
합의 거부 시 SNS 등 통해 식중독 업소 꼬리표 낙인
“위생, 안전관리 중요…블랙컨슈머 대책 마련도 필요”
여름 장마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외식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중 식중독 발생이 가장 높은 시기인 만큼 위생과 안전 이슈에 가장 민감한 시기여서다. 특히 최근에는 식중독 사고 등을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 피해 사례가 늘면서 이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간 여름철(6~8월) 발생한 식중독 환자는 평균 2061명으로 연간 환자의 40%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음식점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고는 전체의 58%로 절반이 넘었다.
지난 2021년에도 김밥 프랜차이즈 식중독 사건으로 270여명의 환자가 발생한 바 있다. 주로 김밥, 냉면 등 달걀이 들어가는 음식을 통해 많이 발생한다.
외식업계는 식중독 사고 예방을 위해 매년 이맘 때를 기해 위생과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매년 사건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났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매장에 다녀간 한 손님이 김밥을 먹고 배탈이 났다면서 병원비와 합의금 등 20만원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면서 “보험을 알아보니 부담금이 30만원이라고 해 20만원에 합의를 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철이라 식중독에 대한 불안감에 식재료는 물론 주방기구, 식기 등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그날 판매한 김밥에 대해 다른 손님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지역 커뮤니티에서 나처럼 2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 받은 음식점이 몇 군데 더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음식점 업주들은 손님이 식당에서 먹은 음식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 피해를 보상해주는 음식물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다.
가입상품에 따라 자기부담금이 다른데 다수의 업주들이 사고 시 3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는 상품에 주로 가입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블랙컨슈머들이 음식점을 돌며 20만원대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험을 이용하고 30만원의 부담금을 내는 대신 20만원으로 합의하는게 업주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이용한 셈이다.
문제는 식중독 사고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어렵다는데 있다. 식중독 사고 시 피해자는 음식물로 인한 피해를 증명하는 병원 진단서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음식점 업주가 이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식중독 등 사고 발생 대응 요령에 대해 가맹점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육을 하고 있지만 막상 사건이 발생하면 대부분 보험에 의존해 처리한다”면서 “점주가 개별적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하고 대응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사에서도 식중독 사고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보기 때문에 가능하면 합의를 하는 쪽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브랜드 이미지나 다른 가맹점에 매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식중독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장마철이 올 때마다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내 매장에 최선을 다해도 다른 매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매출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합의를 거부할 경우 SNS나 지역 커뮤니티에 식중독 발생업소라는 점을 알리겠다는 협박을 듣기도 한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여름철이 식중독 사고가 많은 만큼 기본적으로는 업주들이 위생과 안전에 철저하게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합의금을 노리는 블랙컨슈머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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