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DSR' 전격 연기한 정부의 속내...앞날이 캄캄하다
[이태경 기자]
▲ 서울·지방 아파트값 격차 4년째 9억원대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차가 4년째 9억원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3일 부동산R114가 전국 아파트를 표본으로 가구당 평균 가격(호가, 시세, 지역별 평균 등을 반영해 산정)을 조사한 결과,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가는 12억9천967만원이었다.이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체 아파트 평균가(3억5천460만원)보다 9억4천507만원 높다.사진은 23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게시된 부동산 매물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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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집값 띄우기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윤 정부는 가계부채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7월부터 적용하기로 한 2단계 스트레스 DSR의 시행을 두 달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앞서 윤 정부는 특단의 저출산 대책이라면서 신생아특례에 부과된 부부합산 소득 기준을 사실상 없애기도 했다.
폭발 직전의 가계대출을 더 늘려 불씨가 겨우 살아난 것 같은 착시를 보이는 서울 아파트값을 한껏 끌어올려보겠다는 심산이 아니면 보일 수 없는 행보를 윤 정부가 일관되게 보이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와 여당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기인하를 압박 중이다. 국민경제 전체가 골병이 들더라도 괘념치 않고 집값만 띄우면 된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이는 윤 정부를 보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캄캄하다.
윤석열 정부의 속내
금융위원회는 25일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일을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연기하는 내용의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방향'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논의되는 상황이고, 이달 말 시행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등 전반적인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 과정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더라도 DSR을 적용받는 모든 차주의 한도가 감소하는 게 아니라 '고DSR' 차주들의 최대한도가 감소하는 건데 자금 수요가 긴박한 분들이 많다"면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대출이 줄어드는 차주가 약 15% 정도로 분석돼 이분들의 어려움을 좀 고려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변함이 없으며,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25%를 적용하는 1단계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또한 하반기부터는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금리의 50%를 적용하는 2단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2개월 미뤄졌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금리를 100% 적용하는 3단계 시행일 역시 내년 초에서 내년 하반기로 연기됐다.
정부가 스트레스 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려 한 이유는 가계대출이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었다. 부풀 대로 부풀어 오른 가계대출은 5월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무려 6조원가량 폭증하면서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는 등 설상가상이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윤 정부는 예정된 2단계 스트레스 DSR시행을 전격적으로 연기하는 납득 불가의 선택을 내렸다. 정부는 '서민의 어려움을 살폈다'는 식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걸 믿는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차주의 숨통이 트이는 효과는 있겠으나, 결국 집 사고 싶은 사람 대출 일으키는 것을 몇 달간 더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최근 대출 증가 원인의 대부분은 담보대출이고 부동산 가격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번 시행 연기는 가계에 두 달 동안 더 빚을 내라고 부추기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윤 정부가 마치 군사작전이라도 하듯 2단계 스트레스 DSR시행을 두 달 연기한 시점이 공교롭다. '드디어 서울 아파트 값이 움직인다'고 레거시미디어들이 입을 모아 합창하던 타이밍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윤 정부로서는 집권 이후 전방위적으로 쏟아부은 집값 띄우기가 드디어 빛을 보는 마당에 불씨를 꺼뜨리고 싶은 생각이 추호 없었을 성 싶다.
▲ 윤 대통령, 저출산교령사회위 회의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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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 정부는 특단의 저출산대책이라며 신생아특례론에 적용되던 부부합산소득 기준을 사실상 없애다시피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지난 19일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는 결혼·출산 가구에 대한 정책대출 소득 요건을 부부합산 2억 5천만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연 1∼3%대 저리로 최대 5억 원까지 주택 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가격 9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가 구입자금 대출 대상 주택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29일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1억 3000만 원으로 뒀다가 지난 4월 초 '부부합산 2억 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놀라운 건 이 상향이 적용되기도 전에,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출산한 가구에 대해 부부합산 소득 기준을 2억 5000만 원으로 상향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단 주택 가격·면적과 자산 기준(4억 6900만 원)은 온존한다.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은 지금까지 6조 원가량(구입자금·전세자금 합산) 들어왔다. 연말까지 10조 원이 소진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처럼 파격적인 금융대책을 저출산 대책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상위 2%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장기저리의 대출을 해서 집값 떠받치기를 추진 중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신생아 특례대출로 9억원 이하 주택(주로 아파트)가격을 밀어올리면 저가 및 고가 아파트들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정부와 여당
가계대출을 늘리고 정책금융을 투입하는 것만으론 배가 고팠는지 윤 정부와 여당은 합동으로 한국은행에 기준금리의 선제적 인하를 압박 중이다.
종부세 폐지의 선봉장(?)인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한 방송에 출연해 근원물가가 2%대라는 점을 언급하며 "상당부문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어 통화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다른 국가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은행을 채근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민생경제안정 특별위원회는 오는 27일 개최하는 회의에서 한은 부총재를 참석시켜 기준금리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국회 차원이 아닌 여당에서 한은 고위층을 부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앞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7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할 한국은행을 정부와 여당이 조속한 금리인하를 주문하며 협공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당하고 부적절하다. 그런데 윤 정부와 여당은 왜 이렇게 볼썽사나운 광경까지 보이며 한국은행에 금리를 인하하라고 합창하는 것일까? 주담대 위주의 가계대출은 금리인하와 맞물려야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부가 빚 내 집을 사라고 떠들어도 금리가 높으면 소용이 없다.
이창용 총재의 한국은행이 기재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총재가 그간 보인 행보를 보면 일말의 기대도 없지만 말이다.
▲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거래 건수는 326건으로 전처 거래(6천275건)의 4.8%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 9월(2.9%)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면서 증여세 부담이 커지고, 일반 매매시장의 거래가 늘어나 증여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사진은 8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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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국민경제의 체력이 응축된 지표인 환율은 1400원을 위협 중이고, 물가는 호시탐탐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으며, 주로 부자 감세에서 기인한 국가재정는 파탄상태이고, 경상 및 무역수지는 2021년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고용시장은 노인 취업에 의존하는 형국이고, 신생아 급감으로 인한 인구절벽은 벌써 우리 앞에 도착했다.
거기에 더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으뜸을 다투는 대한민국의 가계대출은 폭주를 거듭 중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09조 6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원 많았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20일 만에 이미 4조 원 이상 이나 또 불었다.
한 마디로 이미 임계점을 넘은 가계대출이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충격적인 건 그 풍선에 바람을 넣고 있는 것이 국민경제와 민생을 책임져야 할 정부라는 사실이다.
경제의 모든 부면이 사면초가 상태인데도 오직 서울 아파트 가격 부양에만 혈안인 채 가계대출 증가와 정책금융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질주하는 윤석열 정부와 그 정부를 열렬히 돕고 있는 레거시 미디어! 그 광란의 질주의 끝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벌써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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